월간 문익환_7월 <늦봄과 민주주의>

[사료의 발견] 발신자 미상 편지에 실린 면회의 순간

“박용길 장로님과는 포옹 안 하실 겁니까?” 


안타깝게도 이 편지의 발신자, 발신일은 알 수가 없다. 낱장으로 봉투도 없이 발견된 편지건만 그럼에도 내용만은 흥미롭다. 
이 편지는 발신자가 동료들과 함께 늦봄을 만나러 원주 치악산, 단양을 지나 소백산을 넘어 7시간이나 걸려 안동교도소로 면회를 다녀와서 감옥으로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 중앙에 보라색 검열필 도장이 선연한데 특히 편지에는 문익환 목사를 면회했던 장면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늘상 들어왔던 늦봄과 봄길의 ‘러브스토리’가 위트있게 담겨 있어 더 친근하게 읽을 수 있다. 

이 편지는 “안동교도소(늦봄이 분신정국 장례 위원장 활동으로 마지막 여섯번째로 갔던 감옥)”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1991년 6월부터 1993년 3월 사이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그는 아마도 “삼양동”에 거주하던 이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적당히 기른 수염을 휘날리며 면회실로 들어서시는 목사님을 보는 순간 역시 목사님은 목사님이시구나….”
 
“그날은 이상하게도 박용길 장로님하고는 포옹하시지 않았지요. 
제가 ‘진짜 포옹할 분은 안하십니까?’ 하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맞아’ 하면서 꽉 껴안으셨지요”
 
“목사님께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한방에 대하여 진진하게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언뜻 느끼기에는 동의보감의 허준 명의 같은 분위기를 강렬하게 느꼈습니다.
저는 당시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고 진한감동을 받았습니다.
겉으로는 담소하고 웃었지만 목사님의 진지한 한의학 설명에 눈물이 날 정도로
찡하는 마음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잠시도 쉬지않는 진지한 모습, 나라와 겨레를 위하는 지칠줄 모르는 용솟음치는 사랑
팔 짤리면 다리로, 다리 짤리면 머리로, 머리 짤리면 혼으로 끊임없는
목사님의 행동을 지켜보는 저로서는 목사님을 알게 된것만 해도 얼마나 
자랑스럽고 행복한 줄 모릅니다.”


 
◇문익환 목사가 안동교도소에서 받은 편지 
 
월간 문익환_7월 <늦봄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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