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밖에 없는 딸…아빠 없는 결혼식…
성수, 영금에게
오늘이 7월 8일(금)이다. 이제 너희 결혼 날까지 스무하루가 남았구나. 내가 이렇게 부자유한 몸으로 있는데 무슨 경황에 결혼이냐고 조금도 마음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울 까닭이 없다. 그동안 소식을 들어 알겠지만, 나의 60 평생에 지금처럼 흐뭇하고 보람찬 삶을 산 때는 일찍이 없었다. … 「사랑의 노래」에 아빠, 엄마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 엄마가 정성껏 써서 네 폭짜리 병풍을 만들어 보내도록 하겠다. 이제부터 서둘러도 선물은 추송(追送)이 될 가능성이 크겠지. 늦더라도 섭섭히 생각하지 말고 기다려다오. 내가 7월 들어서 오늘에야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어서 그런 것이니까…….
나의 하나밖에 없는 사위, 성수야
영금이를 많이 사랑해다오. 내가 너무 개성을 강하게 길러서 때로는 좀 거슬리는 일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품어 주기 바란다. 부디부디 행복하여라. 너희가 정말 행복해야 남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는 법이니까.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기도 하고. 행복이란 상대편이 행복한 것을 보면서 받는 인생의 ‘덤’ 이라는 것,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놀라게 되는 것, ‘wonder’도 명심해 두는 것이 좋을 게다. 아빠는 마냥 기쁘기만 하다. 너희 생각만 하면 쓰고 쓰고 또 쓰고 싶지만,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이만……. 아빠 씀(1977. 7. 8.)
◇캐나다에 있는 친지와 지인을 모시고 치러진 딸 영금의 결혼식(1977.7)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문영금 관장이 아버지 문익환 목사를 추억하며 쓴 글은 「나의 아버지 문익환」 『장준하, 문익환 다시 읽기: 민주, 통일, 평화사상 탄생 100주년 기념』(2018), 「사랑의 빚, 그 위대한 유산」 『생활성서』(2021.3)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박에바>
보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동적 내향인, ISTP.
월간 문익환_5월 <문익환의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