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아카이브 탐방

민주·인권·평화: 김근태 기념 도서관

안녕하세요! 조용하게 사부작거리는 수장고 지킴이 박에바입니다. 가끔은 익숙한 공간 밖에서 나와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더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겠지요~ 날도 좋아서 봄도 즐길 겸 서울 도봉구에 있는 ‘김근태 기념 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김근태 기념 도서관은 2021년 12월에 개관한 도봉구립 도서관으로 ‘김근태 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습니다. 김근태의 민주적 가치를 담은 민주·인권·평화 특화 도서관이지요. 형태적 특징이라면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 박물관(Museum)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가지는 라키비움(Larchiveum)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책과 기록물과 미술 작품(박물)이 함께 있는 라키비움  


저와 콘텐츠플러스 에디터들은 미리 방문 예약을 하여 기록팀장님의 안내로 도서관 곳곳과 수장고의 기록물까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수장고 견학 중인 콘텐츠 플러스 제작자들 

보존상자가 나열된 전동식 모빌랙과 자동 항온항습 설비에 자꾸 눈이 가는군요. 잘 갖추어진 시설이 부럽지만 매뉴얼 방식인 통일의 집 수장고는 나름의 정겨운 손맛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어필해 봅니다.😂


김근태 전 의원도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투옥을 경험하며 감옥에서 많은 편지를 남겼습니다. 주요 기록물 중 하나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고문 진술을 부인 인재근 의원이 녹음한 카세트테이프가 있습니다.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고문 사실을 국내 및 미국 언론에 제보하여 크게 기사화되었고 1987년 부부는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공동수상했습니다. 

 
정갈한 필체가 돋보이는 김근태의 옥중편지와 보존상자에 담긴 녹음 테이프 기록물


예약제로 운영되는 ‘근태생각곳’이라는 열람실 서가에 문익환 목사의 저서들이 비치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1986년 김근태 전 의원이 교도소로 이감되어 비게 된 서울 구치소(서대문)의 바로 그 방에 문익환 목사가 들어가면서 <근태가 살던 방이란다>라는 시를 남긴 것은 잘 알려진 일화입니다.
또 마침 둘의 가족 모두 수유동에 살았기 때문에 박용길 장로가 인재근 의원의 육아도 도우면서 가깝게 지냈습니다. 

 
민주주의 주제의 큐레이션 서가가 있는 '근태생각곳' 열람실(예약제). 문익환 목사 관련 저서도 비치되어 있다.
 
문익환 목사의 어머니 김신묵 권사에게 인사 온 여성 청년들(뒷줄 가운데가 인재근)


2022년 1월 김근태기념도서관 홈페이지 및 온라인 아카이브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소장기록물이 공개가 되었는데요 문익환 목사 관련 기록물도 다수 검색이 되었습니다. 
특히 옥중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에 문익환 목사에 대한 회고가 있어 소개합니다. 


"통일이 되는 걸로 믿고 "박수로 웃으면서 보내달라"고 하신대로 그렇게 하여 거기에 누워 조국이 되신 김신묵 할머님을 떠나 전주(주: 교도소)로 가시면서 "나는 두 발로 당당히 걸어서 나올꺼야" 하시는 말씀에 나는 그냥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러면서 어떤 무서운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공연한 걱정에 지나지 않았다. 문선생님의 그 말씀은 튼튼한 확신에 찬 말씀이었던 것이다. "정신적인 것이었어"라고 하실 힘과 용기를 그때 벌써 갖추고 계신 것이었다." 
― 1990. 11. 16 김근태의 옥중편지 중

 
 
1990. 11. 16 안앙에서 수감중인 김근태가 병준이 엄마에게 보내는 서신(GT-02-007785, ⓒ김근태 재단)


자주 봐서 익숙한 봉함엽서인데도 다른 이를 통해 몰랐던 늦봄을 발견한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누구의 손에 쓰이든 1.5면의 봉함엽서는 바깥의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라기엔 역시 너무 작은 것 같네요. 
 

도봉산 뷰 맛집인 도서관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의 (통일의 집 박물관)수장고가 있는 한신대 수유동 캠퍼스도 북한산 인수봉이 훤히 보이는 조망명소이지요~ 두 아카이브의 닮은 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여러 인사들의 기념 단체에서 온라인 아카이브를 개설하면서 미공개 기록이 점차 서비스되고 있는데요,
다른 아카이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발굴될지 기대가 됩니다.

 
도봉산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는 김근태기념도서관에서


+ 방문 기념 굿즈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근태기념도서관 아카이브 방문하기👆]
 

🔽 김근태 관련 기록물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