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 "정식종목 이후 통합하겠다"

1994년 1월 남한은 `태권도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9월 9일 파리에서 열릴 제10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적극 대처해 나갔다.23 1994년 7월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태권도 또는 철인3종 경기가 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수도 있다”24 고 말했다. 북한은 5명의 대표단을 파리에 파견, 표결 당일 까지 각국 IOC위원들에게 ITF명의의 투서를 배포하면서 “태권도단체의 통합 이전에 올림픽종목이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25 고 주장했다. 북한올림픽위원회 장웅 사무총장(56)은 태권도가 정식 올림픽종목이 되려면 여러 파벌로 나뉘어 있는 태권도계가 우선 통일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최홍희가 이끌고 있는 ITF가 김운용 IOC부위원장이 이끄는 WTF에 통합을 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TF측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태권도를 정식 올림픽종목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전시켜놓자 이제 와서 국제태권도연맹이 “힘들이지 않고 무임승차하려는 것”26 이라고 일축했다. ITF 아시아태평양담당 부회장 정재헌(북한)은 “올림픽 종목채택에 앞서 두 단체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IOC위원들이 북한 주도의 ITF가 지난 1955년에 세워졌고 남한의 WTF가 1973년에야 창설된 것을 모르고 있다”면서 “IOC가 WTF의 태권도만을 공인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 통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말했다.27 1994년 9월 3일 태권도가 파리에서 열린 IOC 임시집행위원회에서 철인3종경기와 함께 올림픽종목이 되었다.28 ITF는 방향을 급선회, 태권도발전을 위한 통합협상을 WTF에 제의했다. 그러나 WTF측은 대등한 입장에서의 통합은 불가능하며 흡수통합은 고려해 볼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29 총회에서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ITF는 IOC위원들에게 태권도의 올림픽종목 채택에 반대하는 내용의 서한을 배포하며 막바지 방해 공세를 벌였다. 3장의 영문으로 된 9월 2일자 ITF 명의의 서한은 "분쟁지역에서는 올림픽이 화해를 촉진한다"는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의 메시지를 인용하면서 “WTF와 ITF가 통합한 후 올림픽종목으로 채택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한글과 영문으로 된 최홍희 ITF총재 명의의 서한을 IOC위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30 1994년 9월 5일 IOC는 5일 새벽(한국시간) 파리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태권도를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경기와 함께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승인했다. ITF는 4일에도 각국 IOC위원들에게 '통합이 이루어지지않은 상황에서 정식종목 채택은 의미가 없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돌렸다. 북한은 이날 남북한 간에 태권도 통합을 위한 회의를 열자고 남한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31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직후 김운용 IOC부위원장 겸 WTF총재가 파리주재 한국특파원단과의 일문일답에서, 북한이 태권도의 양대 단체 통합협상을 제의했냐는 질문에 “WTF는 IOC 공인기구이고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 태권도 국제회의에 참가하려면 WTF를 통하면 될 것”32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2년 언론 기고에서 김운용 전 총재는, 1994년 9월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당시 “ IOC에서는 두 개 세계연맹을 통합해야만 올림픽 종목으로 넣어 주겠다고 했지만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고 난 뒤 통합하겠다고 밀어 부친 덕택"33 이라고 회고했다.

23 “태권도 오륜종목채택 추진위 구성,” 연합뉴스, 1994.1.15.
24 “태권도,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유력,” 연합뉴스, 1994.8.26.
25 “[박스] 태권도 올림픽종목채택 뒷 얘기,” 연합뉴스, 1994.9.5.
26 한편 북한의 루마니아 주재 대사로 있는 김유순이 IOC위원에서 물러났으며 장웅이 후임으로 물망에 올랐다. 이에 대해 김운용 IOC부위원장은 북한이 김유순의 후임으로 장웅을 천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만일 장웅이 IOC위원으로 나선다면 밀어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권력승계 문제없어-北NOC사무총장,” 연합뉴스, 1994.8.29.
27 “北韓, 태권도五輪채택 '신경전',” 연합뉴스, 1994.8.31.
28 “<해설> 태권도, 五輪채택의 의미와 전망,” 연합뉴스, 1994.9.3.
29 당시 국내 태권도계는 사실상 통합협상은 쉽게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관계자들이 전망했다. 두 단체의 통합을 위해서는 경기규칙은 물론 품새에 이르기까지 수정,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엄청난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WTF와 ITF 태권도가 이원화돼 있어 각국 협회의 통합작업도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태권도,국제기구 통합 최대관심,” 연합뉴스, 1994.9.5.
30 “[이모저모] 제1백3차 IOC총회,” 연합뉴스, 1994.9.4.
31 “태권도,올림픽 정식종목 확정,” 연합뉴스, 1994.9.4.
32 “金 IOC부위원장 일문일답,” 연합뉴스, 1994.9.5.
33 “[스포츠 레전드]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신아람의 명예를 과연 누가 회복시켜줄 수 있을까요",” 스포츠한국, 2012년 8월 13일.
출처: 홍성보(2021). 서울평양 태권도 문화융합. 교보문고, 25-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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