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곳
영감의 정원
정도준
게시일 2022.09.07  | 최종수정일 2022.11.01


사람과 분재는 많은 상처를 머금을수록 아름다워진다. 이 공간은 바로 오늘 날의 <생각하는 정원>이 있기까지의 상처와 사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푸르른 대나무의 울창함과 싱그러운 잔디, 아스라이 폭포수 소리가 들려오고, 탁 트인 시야에 꽃나무들의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중앙의 잔디섬은 와싱톤 야자숲이 있었던 곳이고, 연못과 폭포가 있는 곳은 원형 비닐하우스가 있던 곳이다.  1999년 정원에 가장 큰 아픔이 있을 무렵, 이곳을 찾아 격려해준 분들을 위해 성범영 원장은 ‘어려울지라도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제주의 보물을 만들어보겠다.’는 큰 결단을 하였다.  그 결과 하우스를 뜯어내고 지금의 폭포와 연못을 만들었다.

그런데 폭포와 연못을 만들고 보니 중앙의 와싱톤 야자숲으로 인해 답답했다. 결국 야자나무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이식하고, 이듬해는 나무화석인 규화목을 가져다 살아있는 나무처럼 군식을 시켰다. ‘ 황금잉어들이 노니는 연못’가에서는 부드럽게 유영하는 잉어들을 바라보며 평안함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고, 담팔수 아래에 있는 노천카페 ‘휴(休)’에서 신선한 원두로 직접 로스팅한 차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나무와 돌들이 조화롭게 배치된 미학적 공간이 되어 저절로 영감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2010년부터 ‘영감의 정원’은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였다. 작은 매장이 있던 통나무집 대신에 정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3층 규모의 전망대를 지었다. <생각하는 정원>의 랜드마크가 된 이 전망대에서는 정원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분재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이라면, 전망대는 위에서 아래로 정원에 펼쳐진 나무들을 바라보는 색다른 묘미를 선사할 것이다.  비오는 겨울날 전망대에서 정원을 바라보면 노랗게 변한 잔디가 황금 정원을 연상하게 하여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맑은 날에는 이 전망대에서 멀리 있는 한라산 정상까지 또렷이 보인다. 이 전망대의 외부에 제주의 자연석을 붙여 그 틈바구니에 고사리를 비롯한 풀들이 자라게 되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변화무쌍함을 보일 것이다.  

이 영감의 정원은 결코 한 순간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개원부터 나날이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도 변화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을 것이다.  더욱이 영감의 정원은 <생각하는 정원>이 가장 어려울 당시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조성한 곳이기에 정원 식구들에게는 애정이 더욱 각별하고, 생각이 많아져서 발걸음이 느려지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