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ny Hammond - Wild Horses Rock Steady
<백 커버의 세계>에서는 바이닐의 뒷면에 적혀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해당 바이닐이 생산된 맥락을 유추해봅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글쓴이의 뇌피셜에 불과하니, 재미로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백 커버의 세계>에서 첫 번째로 다루고자 하는 바이닐은 Johnny Hommond의 [Wild Horses Rock Steady]입니다. 이 앨범 커버의 뒷면에는 어떤 정보가 담겨있고, 그 정보가 담긴 맥락은 무엇일까요? 하나하나 파헤쳐봅시다. A. Lable "Produced by CTI Records by Creed Taylor" "CTI Records" CTI Records는 유명 재즈 프로듀서인 Creed Taylor가 설립한 재즈 레이블입니다. 60년대말~70년대초에 인기있었던 장르인 Post Bob과 Jazz-Funk, Jazz-Soul를 주력 장르로 내새웠던 장르 레이블입니다. CTI와 관련된 구체적인 음악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B. KU-04 "KU-04" CTI는 KUDU라는 산하 레이블을 만들고 당시 CTI와 계약을 맺었던 당시의 슈퍼스타들과 함께 Jazz-Funk, Jazz-Soul 장르를 다루는 앨범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KU-04는 KUDU에서 발매된 4번째 시리즈라는 뜻입니다. KUDU와 관련되서 할만한 음악 이야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앨범 커버 뒷면에 적힌 텍스트의 맥락을 살펴보기로 하였으니 음악 이야기는 역시 다음 기회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C. Track list "Rock Stedy (6:55) BMI (Eric Gale - Guitar Solo, Grover Washinton, Jr - Tenor Saxophone Solo)" "Rock Stedy" 앨범 타이틀명과 동명의 곡이 Side 1의 첫 번째 곡입니다. 지금은 듣고 싶은 노래를 손가락으로 몇 번 누르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지만, Vinyl은 지금처럼 편하지 않았습니다. 턴테이블 카트리지라고 부르는 바늘을 원하는 곡이 녹음되어있는 Vinyl 주름 위에 정교하게 가져다 놓아야 비로소 듣고 싶은 노래의 소리가 나왔지요. 그래서 가장 음악을 재생하기 쉬운 첫 번째 곡의 위치에 타이틀곡을 배치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곡은 Side 2의 첫 번째 곡의 위치에 배치 되었죠. "(6:55)" 곡제목 뒤에는 해당 곡의 재생시간이 표기되어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발매되는 앨범에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메타데이터입니다만, 이 앨범이 출시된 1972년 즈음엔 더욱 중요한 정보였습니다. 바로 라디오 때문입니다. 당시의 라디오는 가장 영향력있는 미디어였고, 새로운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라디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이 출시되면 가장 처음으로 각 라디오 방송국에 프로모션용 Vinyl을 보내곤 했지요. 그리고 곡의 재생시간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음악 선곡의 권한을 가진 DJ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였죠. "BMI" BMI와 ASCAP은 아티스트를 위한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한 미국의 저작권협회입니다. 작곡가의 권리 뿐 아니라, 실연자의 권리까지도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Side 1의 첫 번째 곡인 'Rock Stedy'는 BMI, 두 번째 곡인 'Who Is Sylvia?'는 ASCAP에 등록되어 보호를 받는다고 나오는군요. 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각각 다른 단체에 저작권을 등록한 이유는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등록 시점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당시에는 이미 기존에 다른 시점에 발매된 여러 싱글을 하나로 묶어 앨범으로 발매했기 때문입니다. "(Eric Gale - Guitar Solo, Grover Washinton, Jr - Tenor Saxophone Solo)" 앨범곡명 밑에 해당 곡을 연주한 주요 연주자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Eric Gale이 Guitar Solo를, Grover Washinton, Jr - Tenor Saxophone Solo를 연주했군요. 재즈 바이닐이 재미있는 점은 트랙리스트 아래 Credit 부분에서 연주자를 모두 표기해주는데, 굳이 이렇게 곡 밑에 연주자 이름을 적는다는 것입니다. 그건 바로 Eric Gale과 Grover Washinton, Jr가 매우 유명한 연주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두명의 연주자는 당시 미국재즈씬에서 매우 인기 있는 재즈 아티스트였습니다. 그렇기에 이 곡에서 Solo 부분을 맡아 연주를 했고요. 이 두 연주자를 좋아하지만, 아직 이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매우 관심을 가질 정보입니다. D. Engineer "Recorded at Van Gelder Studios Rudy Van Gelder. Engineer Recorded October, Novemver. 1971" 이 앨범은 녹음은 1971년 10~11월, Rudy Van Gelder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Rudy Van Gelder는 재즈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엔지니어입니다. 재즈 라이브클럽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감동을 Vinly이라는 매체에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엔지니어링 기술 덕분이였습니다. Rudy Van Gelder는 당시 활동했던 엔지니어 중에서도 최고의 엔지니어였습니다. 그가 엔지니어링을 맡은 앨범의 Vinyl 디스크 안 쪽에는 그의 싸인이 새겨져있습니다. 아티스트, 프로듀서의 싸인이 아닌 엔지니어의 싸인이 새겨져있다는 것은 Vinyl이라는 매체 생산의 총 책임자가 바로 엔지니어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Rudy Van Gelder는 CTI의 창립자인 Creed Taylor 프로듀서와 파트너로 일했습니다. E. stereo 8 track and cassette tapes "This album is also available on stereo 8 track and cassette tapes." "이 앨범은 스테레오 8 트랙 및 카세트 테이프로도 제공됩니다."는 문구가 친절하게 적혀있습니다. 스테레오라는 것은 채널이 2개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스테레오와 비교되는 모노는 1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Vinyl 이야기를 다룰 때, 스테레오와 모노는 매우 주요한 주제입니다. 이 역시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60년대까지 획기적이었던 기술이었던 2트랙 스테레오 기술은 70년대들어 8트랙으로 발전합니다. 그러니까 동시에 8개의 채널을 녹음할 수 있다는 뜻이죠. 스테레오 8트랙 기술은 카세트 테이프의 물리적인 특성도 변화시켰습니다. 드디어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진 것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카세트 테이프의 형태는 이때 탄생했습니다. 이 기술 덕분에 사람들은 방송국이나 공연장같은 음악 감상을 위한 전용 공간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공간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자동차와 같은 곳 말이죠. 즉, 대중에게 카세트 테이프를 앨범의 형태로 판매할 수 있게되었다는 뜻입니다. Vinyl 뒷면에 "이 앨범은 스테레오 8 트랙 및 카세트 테이프로도 제공됩니다."는 광고 문구가 적혀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Wrire for a free record and tape catalog."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는 저장 매체임과 동시에 기록 매체이기도 했습니다. 테이프 안에 담겨 있는 음성 정보 위에 새로운 음성 정보를 녹음하고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의 특성을 텍스트로 적어놓았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카세트 테이프 판매에 도움이 되는 홍보 문구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카세트 테이프 안에 담겨있는 본래의 음성 정보가 훼손되건 말건 말이죠. F. Album Design "Album photographs by Willilam Cadge" / "Album design by Bob Ciano" 앨범 커버 아트의 사진 작가 이름과 디자이너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앨범 커버 아트의 영역은 그리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앨범 커버 아트가 중요하게 여겨진 것은 60년대 말 히피와 사이키델리아 문화의 확산, 그리고 팝아트의 등장부터입니다. 그리고 앨범 커버 아트 발전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이 바로 재즈입니다. KUDU의 앨범 디자인도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