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현장
아카이브 전시의 매력: 고양이와 아버지의 기록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4.07.03  | 최종수정일 2024.07.03

아카이브 현장은 아카이브와 아카이브 활용사례를 소개하거나
아키비스트를 인터뷰하는 콘텐츠입니다.
아카이브 문화를 여러분이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읽어줍니다.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 관람 후기

 


아카이브 전시의 매력: 고양이와 아버지의 기록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민속(民俗)은 민간 생활과 결부된 신앙, 습관, 풍속, 전설, 기술, 전승 문화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합니다. 여러분은  ‘민속’ 이라는 단어를 보면 머리속에 어느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민속박물관에는 조선시대의 학문과 예술, 혹은 댕기머리를 한 아이들이 서당에 가는 모습만 전시되어 있을 것이라고, 민속은 과거의 유물을 단순히 모아두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민속박물관에는 이제 2G 핸드폰도 전시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의 과거를 기억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참여하는 음악  페스티벌이나 지역 축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SNS 활동과 같은 우리 일상의 생활방식이나 문화도 언젠가는 전시될 것입니다. 

 이번 아카이브 현장에서는 지난 5월 민속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2개의 특별전을 관람한 후 아카이브가 전시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며 잘 정리된 기록이 목적에 맞게 활용될 때 그 힘이 발휘된다는 것을 전시를 관람하면서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획전시실2 전경(사진출처:국립민속박물관)


|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기록은 아카이브 안에 잘 정리되어야만 한다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과 고양이를 둘러싼 문화를 들여다봅니다.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고양이와 고양이가 가진 매력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원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일찍이 사람에게 길들여진 ‘개’와도 다르고 ‘소, 닭, 돼지’처럼 생산성을 가진 가축도 아니지만 사람의 곁에서 오랜 시간 함께 살아왔습니다.
늘 눈에 띄지만 쉽게 곁을 주지 않는 고양이는 사람을 애태우게 하는 신비스러운 매력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서는 쥐를 잡는 데 동원되기도 하고 도둑을 잡는 주술에 사용되기도 하며 사람에게 해코지하는 나쁜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옛 그림과 문헌, 신문자료 속에 나타나는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들의 모습과 그런 고양이에게 홀려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기록을 들여다봅니다.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 도록 - 귀엽고 요망한 고양이 - 8p 」

 ‘고양이에게 홀려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기록’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보유한 고려의 문신 김부식과 이규보의 글, 조선 초기의 문신 서거정의 글, 국립청주박물관이 보유한 조선 제17대 임금인 효종이 셋째 딸 숙명공주에게 보낸 편지, 국립중앙박물관과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보유한 고양이 그림들, 1981년 국민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개와 고양이’ 이야기,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구비문학대계 중에 채록된 고양이를 주제로 하는 구술 기록 등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옛 그림과 문헌, 신문자료 부터 할머니의 목소리까지 여러 곳에 산재해 있던 여러 기록물을 모아서 전시 주제인 ‘고양이’에 걸맞은 내용을 배치하였고 전시의 맥락을 구성하였습니다.
 다양한 출처에서 전시 주제인 ‘고양이’와 관련되거나 고양이를 언급한 기록을 찾고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카이브에 기록이 찾기 쉬운 형태로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매체에서 기록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요. 잘 남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카이브에 잘 정리되어 있어야만 기록의 힘이 발휘됩니다. 정리된 기록을 목적에 맞게 활용할 때, 아카이브가 가진 매력이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괴담을 소개하는 할아버지의 구술 기록을 듣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1965년에 개봉한 한국의 공포영화《살인마》의 한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개 기록의 형태와 출처는 다르지만 ‘고양이가 복수한다’ 라는 동일한 맥락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전시의 맥락을 따라가다 보니 아카이브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전시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 짜릿하게 다가왔습니다.

 
고양이 괴담을 설명하기 위한 구술과 영상 (직접촬영)



| ‘사랑’ 특별전, 아버지: 아카이브는 하나의 운동(movement)이다.
 
‘아버지’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모았습니다. 누군가는 이야기로, 누군가는 사진으로, 누군가는 물건으로, 우리는 저마다의 아버지를 기억했습니다. 
「2024 가정의 달 기념 ‘사랑’ 특별전, 아버지 도록 - 81p 」

[2024 가정의 달 기념 ‘사랑’ 특별전, 아버지] 전시에서는 일반 시민 100인의 기억을 수집하였습니다. 각자의 기억 속에 남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와 연관되어있는 물건을 기증받았는데요. 시대가 변화하면서 아버지의 모습도 변화하였지만 ‘아버지의 가족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인 기록들이 아카이브가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보낸 마지막 편지, 아버지가 쓰시던 휴대폰과 휴대폰 줄, 아버지의 일기,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아버지가 자주 사용하던 연고… 기록은 누구나 생산할 수 있지만 추억과 함께 모인 기록들은 ‘아버지’에 대한 모두의 공감과 유대를 형성하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기록을 전시하기 위해서 특정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기록들을 생산, 수집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운동(movement)이자, 새로운 아카이브의 탄생입니다. 전시 뿐 아니라 아카이브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운동들을 기대해봅니다.
 
100인의 기억 (사진출처:국립민속박물관)


📌전시 정보
1.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1: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2024년 8월 18일까지)
2.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2: 가정의 달 기념 사랑 특별전 <아버지> (2024년 7월 15일까지)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7 국립민속박물관 본관
⏰ 관람시간: 매일 09:00 ~ 18:00 (3~10월에는 야간 연장 개관으로 20:00까지)
💸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