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이모저모
민간영역의 기록관리 전문가 - 따키비스트 2기 중간공유회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3.02.15  | 최종수정일 2023.02.15

아카이브 현장의 사람들을 취재하는 “아카이브 이모저모"
여덟 번째 이모저모에서는
아카이브센터 X 백기완노나메기재단과 함께하는 따뜻한 아키비스트,
따키비스트와 함께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사람들은 따키비스트 2기입니다. 2022년 12월 17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2월 말까지 2개월 반 동안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의 기록물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따키비스트는 세 군데의 주체가 함께 모여 있습니다. 아카이브센터가 주관하고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이 운영하며, 기록관리 전문인력이 참여합니다.

따키비스트의 기록관리 활동은 재단 기록팀의 윤지현 연구사를 필두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토요일 4개 조로 나누어 기록물을 수집·정리하고 있습니다. 따키비스트 활동은 크게 두 가지 과업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과업은 언론사별로 고 백기완 선생님 관련 보도자료를 수집하는 일입니다. 2023년 2월 4일 현재까지 목표량의 75% 정도가 모였습니다. 두 번째 과업은 상자에 담겨 있던 기록들을 기록물 건으로 구분하여 비슷한 것들끼리 묶고, 아카이브센터 시스템에 업로드할 일괄등록 목록을 만드는 일입니다. 대상 기록물은 총 155상자로, 고 백기완 선생이 설립한 통일문제연구소로부터 이관 받아온 것들입니다.

재단의 기록팀과 전문가들까지 무려 13명이 참여하다보니, 서로가 고민하던 문제와 노하우를 나눌 시간이 필요해졌습니다. 2월 4일 중간공유회의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따키비스트 2기
다양한 상황에 놓인 기록물을 다루는 전문가 되기

따키비스트 활동은 기록관리 전문지식과 인력이 필요한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비해 민간영역에서는 아직, 다양한 단체들의 역사와 활동을 보전하는 일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따키비스트 활동은 민간 기록관리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또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와 같이 인물과 관련한 기록물을 갖고 정리하는 사례들이 잘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백기완 선생님처럼 한 분야의 대표적인 분이면서 여러 공공기관에도 자극이 될 만한 모범적인 사례로요. 저희는 이제 막 시작했잖아요. 기관들은 예산이나 인력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고도화를 계속 할 수 있고 높은 수준의 실물열람 서비스 체계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백기완노나메기재단과 같은 민간단체의 경우에는 대부분 온라인 서비스로 사람들이 접하게 될텐데, 그럼 단 한 건의 기록물이라도 내용과 정보가 잘 갖춰져 있는 게 시작지점에서부터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인 것 같아요.”


따키비스트 활동의 차별화된 전략은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민간단체에서도 고품질의 기록관리가 가능함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성 사업에서 성과를 내듯 많은 양의 기록을 한꺼번에 등록하거나 단기간에 종료했다는 성과가 아니라요.
 
“하루에 기록물을 수백 건씩이나 마구 등록해서는 품질을 보장할 수가 없어요. 내용을 기술할 수 있기는 커녕 단순한 메타데이터를 합쳐놓고 그걸로 끝이에요. 일반적인 용역사업에서는 한 건당 얼마나 걸리는 지 시간으로 이미 계산이 다 되어 있어요. 그럼 몇 분 안에 한 건을 등록해야만 목표량을 소화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나중에 기록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열어보면, 다 다시 작업해야 하는 것들 투성이에요. 충분한 연구 없이 작성된 메타데이터만 읽어서는 무슨 내용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록물을 다 열어봐야 하거든요. 그럼 정리작업한 것이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작업의 효율과 기록관리의 품질, 또 맥락을 통한 기록 조직화가 이날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았습니다.
따키비스트 2기 중간공유회. ⓒ 아카이브센터(주)




정리체계 구축
작업의 효율과 기록관리의 품질을 결정짓는 첫 단계

같은 내용의 기록이라도 제목을 붙이는 방식, 기록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수의 인원이 기록을 정리하다보면 각기 다른 관리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따키비스트가 정리하는 기록물은 통일문제연구소로부터 이관받은 기록물입니다. 생산자를 알기 애매한 경우, 어떤 작업자는 ‘미상’으로, 어떤 작업자는 ‘통일문제연구소’로 작성하기도 합니다. 또 입수한 기록물의 덩어리가 너무 크거나 작아도 기술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관된 관리가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다른 기관의 사례를 비추어보며 어떤 작업이 효율적일지 논의해보았습니다.
 
“큰 덩어리의 기록물은 대략적으로 기술하기에는 너무 내용을 뭉개는 것 같아서, 최대한 상세하게 기술해주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쓰면 한도 끝도 없고 힘들죠. 확인하는 것도 힘들고요.”

“박물관에서 유물관리시스템을 사용할 때에는 등록 작업자들에게 첫 번째 문장 구성부터 지정해 주거든요. 육하원칙을 써서 구성에 통일성을 줘요. 그 다음 내용을 기술하고, 추가로 목차라거나 원본 여부와 같은 것을 세부적으로 기술하는 구성이에요. 우리도 그런 방식의 기술 구성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지역 아카이빙에 참여했었는데요. 거기선 작업장에 기록물들을 쫙 펼쳐놓고 구글이랑 자료를 다 검색해서 기록의 큰 덩어리들을 만들어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인데 방명록 하나만 있는 경우에는 아래 위 맥락들을 다 조사를 해야 그 방명록에 관계된 사람들이 다 나오게 되잖아요. 그래서 정리를 할 때 시간을 제일 많이 들여요. 그러고나면 쓸 때는(기술할 때는) 간단해지는 거에요. 서로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큰 덩어리를 통해서 작은 아이템까지 확인이 될 수 있으면 그 아이템의 내용은 무엇인지까지 추정할 수 있고 이 아이템을 통해서 이 자료는 어느 생산 기관에서 뭐 때문에 생산된 몇 년도부터 몇 년도까지의 기록물이다 라는게 확실히 한눈에 보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잘 기술된 기록물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도 맥락정보의 유무라는 것에 모두가 입을 모았습니다. 맥락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일관되고 상세한 기록정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록에 대한 정보를 기술하면서 항상 아쉬웠던 것은, 제가 백기완 선생님이나 그분의 활동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보니 이 기록에 어떤 맥락이 있고 얼만큼 중요성이 있는지를 알지 못한 채로 적었다는 거였어요. 물론 최대한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들여다본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어요. 기록이 어디에서 왔다라든지 어떤 보관 이력을 가졌다든지 그런 것을 중간 중간 체크하면서 같이 하면 양질의 작업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도서관에 찾아보면 다 있는 평범한 책이라도 우리가 따로 소장하고 있는 이유가 있잖아요. 그럼 도서 관리하듯이 목차를 긁어온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왜 이 사람이 이 책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 쓰여져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기록의 맥락정보라는 것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요.”
 
백기완노나메기재단 보유 기록물 1차 정리 상태. ⓒ 아카이브센터(주)

기록 등록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동의를 했지만, 마냥 기록 기술에 시간을 무한정 들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체크리스트를 통해 각자의 고유한 정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기술 요소를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 먼저 정하고 시작해야 해요. 육필원고 같은 경우에도 따키비스트 선생님들마다 기술한 내용이 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분은 ‘어떤 제목의 원고이며 총 몇 장이 있다” 정도가 끝인 경우도 있고, 내용에 대해서 다 읽고 요약해서 적어놓은 분도 있고요. 내용에 대한 기술까지 하다보니 원고를 한 번 훑어야 하니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느 어느 요소를 고려해서 기록 정리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지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필요해요.”

“각자 다른 종류와 내용의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민간단체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기록의 고유한 특성을 잘 파악해서 자신만의 정리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른 단체에서 썼던 매뉴얼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한편 온라인에서 언론 보도자료를 스크랩하는 수집활동을 통해 단기간 내 효과적, 효율적인 맥락 파악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가 신문 스크랩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기록만 봤을 때는 의아했던 부분도 “나 그때 신문에서 이 내용 봤었어!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기록이 나온 거야”라는 발견을 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통일문제연구소가 활동했던 범위가 넓었던 데다 2000년대 후반에 온라인 매체가 많아지면서, 스크랩 과정에서 뭘 더 추가로 수집해야 하는지 확인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기록물을 보면서 가치를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생각을 해볼 기회도 되어서, 신문 스크랩 병행이 꽤나 괜찮은 작업이었어요.”






맥락정보 수집
참조정보의 정리를 통한 맥락 공고화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의 기록물은 여느 매뉴스크립트 아카이브처럼, 다양한 출처에서 다양한 사유로 생산·획득되어 다양한 용도로 쓰여진 기록물이 많습니다.
출처와 생산 및 획득과정은 기록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정보인 생산정보와 맞닿아 있습니다. 공식적인 정보야 요즘 세상엔 인터넷에서 다 찾아볼 수 있겠죠. 하지만 재단에는 비공식적인 기록이 더 많습니다. 연설문의 육필원고, 현장에서의 격렬한 모습과 뒷풀이 자리에서의 소박한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이요.
제아무리 기록관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렇게 비공식적이고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백기완 선생님의 주변에서 통일문제연구소의 일을 같이 진행해 왔던 사람들이 오히려 전문가죠.

 
“통일문제연구소의 일과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도움이 진짜 절실해요. 사실 생산하는 사람이 그때 그때 캡션을 하는 게 제일 좋긴 해요. 연합뉴스에서 헬로 아카이브가 상당히 오랜 기간 구축한 사례인데, 그것도 참고해보면 좋겠어요. 특히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는 생산자 또는 관계자가 직접 캡션을 다는 방식으로밖에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스크랩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 코너에 당시 백기완 선생님과 직간접적으로 함께 했던 분들이 백기완 선생님을 회상하거나 묘사하는 게 많이 나오거든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서 맥락정보들을 계속해서 축적해 나가는 시도도 실험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백기완노나메기재단 보유 기록물 1차 정리 상태. ⓒ 아카이브센터(주)

아카이브를 구축할 때에는 쌓여 있는 기록물을 하나하나 등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등록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건이나 행사, 인물정보 같은 맥락이 미리 정리되어 있어야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정보들을 미리 정리하는 게 우선이어야 할 것 같아요. 사건이나 행사, 인물 정보 같은 것 있잖아요. 그런 게 간단하게라도 정리되어 있으면 추가적으로 인터넷 조사할 때도 무엇부터 찾아봐야 할지, 누구를 중점적으로 조사해야 할지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또 재단과 백기완 선생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서 여러 인물과 사건과 관련한 맥락 정보들을 뽑아내는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작업을 병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시기에 활동을 많이 하셨던 원로급이라든지 활동을 왕성하게 했던 분들은 계속 관여하고 계시니까 그런 데이터들을 좀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록을 보면 단체사진에 모르는 얼굴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걸 제일 쉽게 찾았던 방법은, 해당 사진에 등장한 단체에 몸담고 활동하는 분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거였어요. 거기다가 물어보면 그냥 누군지 다 나오더라고요.”

“어떤 디지털 아카이브에서는 지역 사진 같은 것들을 수집해서 올려놓으면 그 사진에 대해서 내용을 알고 있는 분들이 바로바로 고치게끔 되어 있더라고요. 민간 기록분야에서도 그렇게 하면 그 자체가 홍보가 될 수도 있어요.”
 
통일문제연구소의 백기완 선생 관련 기록물은 한동안 노동자역사 한내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 아카이브센터(주)


이번 공유회의에서는 민간 영역의 기록관리 시작 지점에서 의미있는 두 가지 결론이 나왔습니다. 조직의 상황에 맞는 정리체계를 구축하되, 이번 사례에서는 맥락없이 덩어리째 수집된 기록물을 먼저 비슷한 것들끼리 묶고 건 구분을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수집된 기록물의 내용을 파악하고 잘 정리하기 위해 인물, 사건, 조직, 배경 정보를 참고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이 정보들을 맥락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유회의 이후에는 이렇게 모은 정보들을 시스템에 등록하는 일이 진행됩니다. 아카이브시스템에 기록물이 편입됨을 ‘선언’하는 과정인데요, 그렇게 함으로써 통째로 그러모아 수집하고 상자에 쌓은 기록이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의 디지털 아카이브에 공식적으로 채워집니다. 이 인터뷰를 읽는 모든 분이 곧 ‘백기완 노나메기 아카이브’(가칭)를 만나게 되길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시 2023년 2월 4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6시
장소 백기완노나메기재단 기록작업실(서울특별시 중구 혜화동)
인터뷰이 따키비스트 2기
기획·편집 정혜지
데이터정리 민현창
감수 아카이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