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비스트의 발견
오늘의 일기는 미래에 어떻게 기억될까 : 강서 아카이브, 그 성장의 기록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2.10.25  | 최종수정일 2022.10.25


각자의 데이터로만 저장되어 있던 기록이 서로 연결점을 갖게 되면 새로운 의미와 지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키비스트의 발견>은 여러 아카이브에서 공개하는 기록과 콘텐츠를 살펴보면서 발견한 연결점을 새로운 맥락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코너입니다.

 
 2000년대 들어 각 지역에 소재한 문화재단이나 문화원에서는 고유한 지역 문화를 보존하고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급속한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잃어버렸거나 잊혔던 문화 자산들을 재조명하여 널리 알리는 문화 프로젝트들이죠.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지역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애정을 지닌 거주자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하기보다는 대체로 외부 문화기획자들에게 맡겨지다 많다 보니 단발성 사업으로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혹자는 이를  ‘문화 메뚜기’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더욱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체계적으로 기록되지 못해 이후의 문화 사업에 연계되어 활용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역 거주자들이 직접 문화예술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동시에 그 작업 과정을 기록화한 반가운 사례가 있었습니다. ‘강서 예술인 네트워크 모임’이 만든 ‘강서 아카이브’에서 그 활동의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N개의 서울과 강서 N개의 서울

서울시는 매년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중에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강서 N개의 서울〉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서울을 구성하는 25개 자치구가 주체적으로 지역문화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동네 예술가, 기획자, 동네의 공간, 동네의 사람들 등 지역 내 문화 자원을 발견하고, 이들을 서로 잇고, 협력의 과정을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독립서점 ‘다시 서점’을 거점으로 하여 강서구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의 느슨한 연결을 도모하는 ‘강서 예술인 네트워크 모임’은 2021년 프로젝트에 참여한 활동 과정 기록을 디지털 아카이브에 남겨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몇 번의 워크숍을 통해 참여활동가들이 아카이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예술인의 네트워크가 아카이빙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자체적으로 논의했으며, 서울시가 지원하는 강서구 문화예술 프로젝트(<강서 N개의 서울>) 작업 전반의 과정을 직접 아카이빙하기로 했습니다. 2021년 하반기에 추진된 대표적인 활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1년 7월 6일 까치단 프로젝트 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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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단’과 ‘강서문화기획단’

강서구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로 구성된 ‘까치단’은 몇 년 뒤면 재개발로 인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할 방화동의 현재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곳곳을 뚜벅이 탐사한 후 각자의 감상을 그림일기, 아트 워크, 그래픽 노블 등의 책자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또한 한 자리에서 오랜 세월 영업을 해온 가게들이 재개발 이후에도 추억될 수 있도록 기념간판을 제작하여 선물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이후 작업 활동의 과정과 결과물에 관한 기록을 강서 아카이브에 등록했습니다. 이 기록물들은 기획-탐사-콘텐츠 구성-제작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소화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박현주 - 경희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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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울 - 김까치와 그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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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은 - 한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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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윤 - 공간에 우리 불어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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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청년 기획자 모임인 ‘강서문화기획단’은 <계속, 강서>라는 마을 잡지 만들기 프로젝트에 도전했습니다. 이들 또한 한 권의 잡지를 만들기 위해 반년 동안 기획에서부터 글쓰기, 사진, 콘텐츠 제작 인쇄, 디자인 기초, 홍보 및 유통에 관한 교육을 받았으며, 잡지 제작의 모든 과정을 아카이빙했습니다. 그리고 등록된 기록과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강서문화사전]과 [강서구 문화지도]와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여 강서 아카이브의 정보 활용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강서구 마을잡지 [계속 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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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과 성장, 경험과 발굴의 기록
 
2022년 1월에 오픈한 강서 아카이브에는 다음과 같은 자체 평가의 글을 볼 수 있습니다. 

<강서 N개의 서울>은 강서구 내 지역 주체를 발굴하고, 자생적인 지역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하여 예술인 및 예술인 단체와 이미 발굴된 생활문화 동아리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주체 간 협업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서로를 만나고 이해하며 다채로운 장이 생길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교육을 통해 청년문화기획자를 양성하고, 네트워크의 이야기를 담아 경험이 가능과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강서구의 지역자원과 주민들의 ‘가능성’과 ‘성장’에 주목하고 ‘경험’과 ‘발굴’에 초점을 맞추어 강서의 다양한 주체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강서구의 자연환경과 거주 시민의 다양성을 통해 가능성을 엿보고, 시민 주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네트워크 모임을 진행, 자유롭고 활발한 문화 기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 문화 활동가 양성과 지역 내 문화 주체 발굴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위 내용은 ‘가능성’, ‘성장’, ‘경험과 발굴’, 그리고 ‘자생’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강서구에서는 처음으로 도전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지역의 문화자원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협력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고, 청년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기초 작업에 중점을 두었다는 말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강서구에서 나고 자라거나 타지에서 이주해 온 문화예술기획자들의 자생과 네트워킹입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이들이 모여 직접 문화예술활동을 주도하는 것만큼 멋진 일도 없겠지요. 아카이브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의 강서구를 기록하고 미래에 남겨두기 위해 스스로 일구고 만들어 낸 아카이브지요. 강서구의 청년문화활동가들은 지난 2021년 사업을 토대로 올해에도 지역문화를 주제로 한 축제, 영화제작, 아트워크 제작, 지역 생활문화동아리 공연전 등 예술문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의 기록들을 차곡차곡 모았다가 강서 아카이브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록의 시간성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떤 기록은 시간이 흐른 뒤 의미가 퇴색하기도 하고 어떤 기록은 새롭게 주목받기도 합니다. 그러니 현재 우리가 남기는 기록이 미래에 어떻게 평가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기록자는 열린 결말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선별하고 체계화할 따름입니다. 현명하게도 강서구 청년문화기획자들은 2021년의 도전을 한때의 추억으로 간주하지 않고 디지털 아카이브 안에 영구 보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올해의 다양한 문화예술사업도 속속들이 아카이빙 되고 있습니다. 지역문화를 주제로 한 강서구의 예술문화 사업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그리고 언젠가 강서 아카이브를 토대로 서울시를 이루는 나머지 24개 지역구의 문화 활동을 서로 비교해볼 기회가 온다면 오늘의 ‘성장 일기’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기대되네요.


 
강서아카이브 바로가기
 

https://www.archivecenter.net/gangseo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