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이모저모
기록관리의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아카이브센터
게시일 2022.06.28  | 최종수정일 2022.07.06

아카이브 현장의 사람들을 취재하는 “아카이브 이모저모”
여섯 번째 이모저모는 스스로 기록하는 주민들,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함께 했습니다.

 

"예전에는 (사업을 시작하려면) 우리가 서로 설득하고 회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젠 기록관이 있으니까 관련 사업들이 원활히 진행되고 인터뷰나 기록을 취재 과정에서 획득하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죠.
그러니까 기록 자체로 하여금 주민들이 우리 활동을 이해하고,
거기에서 자신이 마을복지 활동을 한다거나 하는 계기점으로 삼아야 하고요."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금천구 공동체기록관은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기록관으로서 전국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또 활발한 연구와 공청회를 통해 기록관리의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는 아카이브센터와 디지털 아카이브를 함께 구축하고 있기도 하지요. 최근에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기록관리 유공자로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금천구의 다양한 활동가들을 모시고 금천구의 면모를 기록하는 주민활동을 다각도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김유선 센터장님과 곽사현 PM님, 마을공동체기록관 운영위원회 위원이자 마을신문 금천in의 이성호 기자님, 마을교과서 연구·기획자 오현애 활동가님과 함께 금천구 공동체기록관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구요! 

 
상단 왼쪽부터 김유선 센터장, 곽사현 PM, 이성호 기자
하단 왼쪽부터 오현애 활동가, 정혜지 선임연구원

 
| 사라지는 지금의 기록, 주민이 지키자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아카이빙 활동은 마을 자치의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금천구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아카이빙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결정적인 사건은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이 이들을 기록관으로 이끌었을까요?

(김유선) 당시엔 이미 지역에서 다양한 영상, 사진, 글과 같은 매체를 갖고 미디어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기록에 대해서 체계적인 작업이 필요하지 않겠냐 하는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각자의 장르별로 나오게 되었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작은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죠. 
2017년에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라고 하는 중간조직이 생기게 되면서 마을기록에 대한 부분을 좀 더 활발하게 논의하게 되었고요, 미디어와 관련한 운영위원회의 관점을 바꾸게 되는 데 꼭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현애) 어떤 밑받침이 된 계기가 있어요.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 공간이 생기면서 기록에 대한 어떤 공통된 조직이나 시스템, 이런 논의가 조금 더 본격화된 거죠. 이전에는 금천 문화역사포럼이나 라디오 금천, 마을신문 금천in과 같이 기록을 해 온 단체들이 모여서 좌담회를 열었어요. 그래서 마을의 교육활동을 어떻게 남겨야 하냐 하는 고민을 했었고요. 그때 가장 이슈가 되었던 포인트는 “기록을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기록을 해 온 단체들이 없어지면 기록이 사라진다” 였어요. 이런 생각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걸 어떻게 좀 체계화 시킬까, 어떻게 드러나야 할까 하는 고민을 나눈 초동 모임들이 몇 번 있었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기록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위원회 구성도 되고 하는 과정들이 쭉 이어져 왔고요. 

 
2017년 3월 30일 마을을 기록하는 사람들의 좌담회-마을기록 어떻게 할 것인가 (출처: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이성호) 당시 지명 사전을 만들면서 자료조사를 하다가 자료가 없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어요. 이렇게 기록을 써내려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현재의 기록을 어떻게 남길거냐 하는 고민이 있었고요. 공공기관은 기록관리를 하고 있으니까 민간영역에서 생활사를 어떻게 남길거냐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저는 미디어 활동가니까 미디어 기기, 라디오, 음악 이런 것들이 이어져서 기록관과 함께 하게 되고, 기록 관련한 특화교육이나 활동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오현애) 하나 생각나는 게 있네요! 지금 지명 사전 말씀하셨는데, 금천 문화역사포럼이라고 해서 지역의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현대사 연구나 자료를 찾는 곳이 있어요. 여기서 금천문화원과 함께 지명 사전을 발간을 하기로 했었는데요. 그때 제가 맡아서 진행했는데 자료가 일단 없는 게 가장 문제더라고요. 자료가 있다 하더라도 분산되어 흩어져 있기도 하고, 지역에 오래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기억에 대한 기록들도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기록에 대한 고민들이 더욱 깊어졌고, 책자가 발간되면서 이성호 선생님을 중심으로 영상 자료도 같이 만들어졌어요. 인터뷰도 하고 촬영도 했죠. 유산을 남기려는 노력의 시작이었어요. 


본격적인 기록관리에 앞서, 금천구 주민들의 활동 가운데에서 기록의 필요성을 깨닫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공동체기록관이 형성될 당시인 2010년대 중반에는 주민자치의 일환으로 기록관리를 하는 곳들이 많이 없었는데요.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요?

(김유선) 2010년대 중후반 서울시의 경우엔 중간지원조직에서 기록관을 운영했었고, 지방의 경우에는 흔치 않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기록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하긴 했긴 하지만 전문인력이 없었기 때문에 기록관리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순차적으로 무엇을 진행할지 논의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였죠. 오현애 선생님 말씀처럼 기록을 해 왔던 몇몇 단체들이 자기 작업물을 촘촘히 정리하는 정도로 우선 하자고 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 다음 2017년부터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하는 여러 사업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신경써서 하게 되었어요. 2017년 6월 21일 기록관이 세워졌는데요, 어제가 3주년 되는 날이었어요. 그때부터 공모사업, 교육사업, 네트워크사업, 기록관 사업에서의 4개 부문을 보고서로 남겼고요. 또 공동체 공간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해마다 센터에서는 사업과 공간이라는 두 개의 꼭지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개별의 단체는 각 단체가 진행하는 매체 별로 작업을 진행했고요. 기록관은 수장고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그걸 펼쳐 보이는 전시장 역할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활동들을 매년 보여줄 수 있었어요.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기록화 중인 마을공동체공간 페이지 스크린샷 화면 (출처: 금천구마을공동체지원센터)


| 마을 일을 알고 싶다면 공동체기록관으로

지난 5년간 기록작업을 해 오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특히 공동체기록관이 지역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그 역할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마을의 활동가, 주민들과 기록관은 서로 상생하는 관계에 놓여 있음을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는데요. 공동체기록관은 현재 이루어지는 마을 일들을 실시간으로 축적하는 장소이자 활동가들의 활동 근거와 기반을 마련해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곽사현) 저는 여기 근무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어요. 여기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지역에 활동하시는 분들이 직접 기록관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신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그런 일이 누군가에겐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10개의 공동체가 본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서 온라인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자료화하는 작업을 올해도 계속 하고 계세요. 하반기에는 “기록가학교”라는 마을 기록가 양성과정이 운영될 예정이고, "소소한 마을전시회" 라고해서 마을공동체 활동하시는 분들의 활동 역사를 담은 전시를 매년 4팀에서 10팀이 참여하고 있고요. 마을이나 금천구에서 만들고 있는 자료들은 서고에서 보관도 하고 있어요.

 
소소한 마을전시회의 역대 포스터와 전시 장면 일부 갈무리 (출처: 금천구마을공동체 전시)

마을공동체는 워낙 개별적인 단위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역사를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동체의 정체성을 남기기 위해 마을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은 꼭 필요하지요. 마을의 역사를 일상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 기록관과 기록활동 그 자체가 필요하다고 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성호) 기록관을 운영하기 위해서 기록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제가 하는 일이 기록이 되는 체계를 만드는 게 먼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을 통해서 어떻게 기록을 할지 논의된 이후에야 그걸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는 거죠. 지금은 아직 기록물이 어디 축적되거나 모아져있지 않은 상황인데, 우리가 자료 수집방법에 대해서는 활발히 이야기해도 저작권이나 초상권 이슈로 2차 콘텐츠가 적극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아까 얘기했듯이 소소한 전시회 등을 통해서 공동체나 마을에 계신 분들에게 자신의 역사를 한 번 되짚어 나가는 계기를 계속 만들어서 그 속에서 기록물이 정리되는 것들이 필요해요. 인터뷰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진행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우리가 서로 설득하고 회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젠 기록관이 있으니까, 관련 사업들이 원활히 진행되고 인터뷰나 기록을 취재 과정에서 획득하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죠. 그러니까 기록 자체로 하여금 주민들이 우리 활동을 이해하고, 거기에서 자신이 마을복지 활동을 한다거나 하는 계기점으로 삼아야 하고요. 기록물 자체를 활용할 단계는 저는 개인적으로는 아직 기대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최근에 당진에 출장갔다가 당진 문화운동사를 80년대부터 정리한 책을 봤어요. 충남문화재단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셨더라고요. 이런 아카이브의 부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의 기록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동네에서 그렇게 역사를 정리해 나가면서 구술인터뷰하고 자료수집한 것을 편집했더라고요. 이러면 주민들과 일상적으로 함께하기 쉽고 주민 입장에서 기록을 하는 사람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오현애) 마을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관련 기록을 정리할 때, 저는 그걸 어디 가서 찾을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한 일인 것 같아요. 구립도서관을 가면 마을 역사에 관한 기록이 향토지만 있거나 자료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요. 올해에도 제가 마을기록 관련 일을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자료가 너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을 이만큼 가져다 드리기도 했어요.
마을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마을기록을 많이 남겼는데, 그런 책자조차도 빛을 발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든 사진이든 기록이 어딘가 한 곳에 보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공동체기록관으로 실현이 되어 운영하는 거겠죠. 그래서 “마을 일을 알고싶다면 기록관에 가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야 해요. 또 역사기록뿐만 아니라 현대의 기록을 당장 사용하는 사례 중 하나로 초중고 교육자료가 있어요. 마을 교과서에서는 그런 기록물을 가장 많이 재사용하고 있어요. 교과서는 현재 상황을 계속 반영해가면서 개정판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교과서를 많이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공동체기록관을 잘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금천구 공동체기록관, 무엇이 더 필요할까?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죠. 운영해 나가는 데 있어서 여러 애로사항도 분명 존재하고요, 아직 이루지 못하고 꿈으로 간직하고 있는 과업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카이브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이 과제로 남아 있는지 각자의 입장에서 들어보았습니다.

(오현애)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동네 독산동의 우시장 아시나요? 1970년대 축산도매시장이 만들어지면서 도축장이랑 상가가 형성된 곳인데 지금은 전철이 들어섰어요. 지난번 도시재생센터에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우시장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었대요. 그런데 어느 날 상가 상인회와 관련된 상인을 한 분 만났는데, “어머나, 수십 년 간 쌓아뒀던 장부를 어제 다 버렸는데” 하셨다는 거예요. 이건 아주 원천자료, 기본 자료잖아요. 1차 자료인데 그렇게 하루아침에 상실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예요. 우리가 몇십 년 후에 뭔가를 하려고 할 자료조차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자료 수집 방법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역의 전체적인 역사를 다룰 수 있는 기록관에서 전문적으로 수집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성호) 사실 저희도 노동 상담소 하셨던 선배님 자료가 이만큼이나 있을 거예요. 그것도 쓰레기고 정리가 안되니까 총무 선생님이 갖고 있다가 얼마 전에 버리셨다고 해요. 사실 버리기 아깝다 해도 이걸 모아놓을 공간이 없잖아요. 버리기도 모으기도 애매한 상황이 있는 거죠. 그러니 원소스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을 기록관과 함께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하긴 해요. 좀 더 활동 폭을 넓혀내면 문화재단과 같은 곳의 공모를 통해서 책자 제작도 가능할 것 같고요. 또 아까 저작권, 초상권 같은 게 걸리니 방안을 찾긴 해야 할텐데 개별 단체들이 하긴 어려우니 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좋겠어요.

(김유선) 이런 일들에 대해서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분이 정말 필요해요. 기록관 업무는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가장 서둘러 생겨야 할 일이예요. 계속해서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하거나 지속해서 보강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민간 기록관 역할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하는 분들이 정말 그렇게 적더라고요. 공공영역에서 하는 기록관리와 민간영역에서 하는 기록관리가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가 크기 때문에, 민간영역에서 그런 역할이나 일을 하실 분들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별 단체들에서 좋은 자료를 많이 만들고 계시는데, 그 자료를 담을 방법을 함께할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 기록관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들

마지막으로 금천구 공동체기록관에 방문하면 무엇을 주목해야 할 지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오래된 동네 소방서였다가 시민공간으로 리모델링 되었던 건물 그 자체로의 사연도 있지만, 공공을 위한 장소로서 또 금천구 기록의 중심장소로서 많은 쓰임새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곽사현) 기존의 전시공간이랑은 좀 달라요. 칸막이도 있고 기록물을 전시하기 용이하게 되어 있는, 기록관이라는 이름에 좀 잘 어울리는 구성이 아닌가 생각했었어요. 보통 갤러리 같은 걸로 생각을 많이 하는데 여긴 구획이 있고 기록을 설치하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구조인 것 같습니다. 또 여러 세대가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기록관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건축사랑 같이 워크숍을 했다는 건데요. 어떤 공간을 만들지, 여기서 어떤 일들을 할지 주민들이 직접 공청회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 나간 공간이라는 게 인상깊었어요. 그런 게 공간 하나하나를 좀 더 세심하게 바라보게 되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기록관 내부 커뮤니티 공간인 경청마루
 
기록관 전시공간 전경

(이성호) 일단 공동체기록관은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예요. 처음엔 더 큰 기관에서 큰 예산으로 거대하게 만들지, 왜 공동체기록관이라고 했을까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 맞았겠다 싶습니다. 거대하면 너무 방만 운영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공간 부분은 옛 소방서 건물이라는 부분에서 기록성이나 역사성이 있다고 봤어요. 

(오현애) 우리 기록관의 매력포인트라고 한다면 소소한 전시회같은 활동을 주민들의 손으로 이루어낸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그곳에 주민이 있다”는 거죠. 어느 단체든 자료 정리할 때 기록관이 굉장히 순기능하는 것 같아요. 또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주민들도 내 주변의 이야기를 역사적으로 생산해내는 걸 목격하는 거잖아요. 그런 것을 기록관과 전시물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게 제일 매력인 것 같아요. 마을의 활동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요. 진행 중인 프로그램에 직접 참가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고 책자도 활동가들이 열심히 만들어 내진 못하고 있잖아요. 결과보고서가 거의 전부인 활동들에 비해서 사진이나 기록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공동체기록관이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김유선) 지역의 도시재생 역사로서 저는 이 공간이 의미있다고 봐요. 예전에 소방서가 나간 후 비어 있다가 공동체지원센터가 들어오고, 이후에 건물이 노후되다 보니 공간지원사업으로 2017년에 지금과 같은 형태가 들어섰어요. 사실 주민들은 여길 여전히 소방서 자리라고 부르는데 아직 센터라고 하면 개념적으로 뇌리에 잘 들어오지 않거든요. 소방서라는 공간의 기억이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특히 금천구 전 지역으로 봤을 때 시흥 5동 쪽은 지역의 역사문화가 살아있어요. 오래된 은행나무나 행궁터처럼 역사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지역에 생활문화를 이어주는 전시관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기록관의 의미를 더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공동체기록관의 행정이나 운영주체가 바뀌더라도 이런 의미를 어디서든 강조해서 계속 가져가게 해야 합니다.
또 기록이 순환되고 있는 곳의 구심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각각 공동체의 기록을 알리는 라디오, 마을신문 같은 미디어가 주민들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기록활동이 계속 순환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확산이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Interviewer: 정혜지
Interviewee: 곽사현, 김유선, 오현애, 이성호
일시: 2022.06.22 수요일 오전 10시
장소: 온라인 집담회(Google Meet)
기획 및 편집: 정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