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콘텐츠

수상한(?) 이태원 사랑방

이태원 사랑방의 시작

용산에서 20년 넘게 터를 잡고 살았던 막달레나 공동체에게 이태원은 늘 궁금한 이웃이었다. 그리고 20069, 막달레나공동체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이태원을 방문하며 클럽 종사자들과 얼굴을 익히는 것으로 첫 발걸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남짓 이태원을 누비며 이태원의 종사자들과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쉴 공간도, 편히 수다를 떨 곳도, 아웃리치 물품을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았기에, 작은 방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였다. 그렇게 막달레나 공동체는 2008년 한국여성재단의 도움을 받아 이태원 클럽밀집지역 근처에 ‘사랑방’이라 불리는 드랍인 센터(Drop-in Center)를 열었다.
 
막달레나 공동체, 동네사람 되다

처음 작은 공간을 마련한 날, 이사떡을 가지고 클럽들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이웃들에게 인사를 했다
“진짜 이사 왔어?” “한 동네사람 된 거야?” “앞으로 징그럽게 자주 보겠네!”
동네사람.
그저 말 뿐 이었는데도 벌써 진짜 동네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이태원 사랑방에 오는 이웃들은 매우 다양했다.  클럽에서 일하는 한국인 종사자와 몽골, 말레이시아, 중국 등 아시아의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주민 종사자들, 트랜스 클럽에서 일하는 종사자,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까지.

다양한 이웃들 만큼이나 이들이 이태원 사랑방에 오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혼자 밥을 먹기 싫어 함께 소박한 점심을 먹으러 오기도 하고, 믹스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러 오기도 했으며 언제 한 번 들르라는 말에 밤새 일을 마치고 술 냄새를 풍기며 사랑방 문을 두드리는 이도 있었다. <종업원 구함>을 프린트 해달라고 오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을 하러 오기도 했다.  또 클럽에서 일하는 한 여성의 아이는 일주일에 한번씩 사랑방에서 실무자와 함께 한글 공부와 숫자 공부를 했다. 어쩌다 사이가 안 좋은 이웃들이 사랑방에서 만나기도 하는 날에는 그 옆에 와 있던 다른 이웃이 “왜 싸우냐? 우리 같이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지”라며 화해시키기도 했다. 십 수년 동안 못 만났던 가족과 상봉을 이곳에서 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사랑방은 누가 실무자이고 누가 손님인지 구분하는 것에 의미가 없어졌다.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아웃리치 물품을 보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련한 이 작은 공간은 어느덧 우리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나는 전설이다>&<이태원의 수상한 사랑방>

클럽 종사자들에 대한 기록이 너무 적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막달레나 공동체는 ‘종사자들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어떨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을 이태원에서 지낸 이들도 많았기에 이들의 기록은 이태원 역사의 일부이기도 했다. 한숨 섞인 말로 “내가 자서전을 쓰면 열권도 더 나온다니까”라고 하는 말을 들으며, 종사자들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고민을 프로젝트로 구체화했다. 이렇게 해서 2009년, 종사자들의 역사 쓰기 프로젝트, <나는 전설이다>가 시작되었다. 종사자들이 작가가 되어 사진, 글, 그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과 생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내려 갔다. 그리고 <나는 전설이다>는 2010년 <이태원의 수상한 사랑방>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막달레나 공동체가 이태원에서 동네사람으로 함께 살면서 쌓인 추억들, 이태원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소중한 이야기들을 만화로 엮어내게 되었다.
 

2010년 11월 19일, 3년 간 이태원 이웃들과 함께 했던 사랑방이 문을 닫았다. 사랑방은 잠깐이긴 했지만 좋은 이웃이고, 든든한 지원자였다고 기억되면 좋겠다. 이태원에서 사랑방은 사라졌지만 종사자들은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자신들만의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참고
2010, 막달레나 공동체, 이태원의 수상한 사랑방 (미출판간행물)
2008, 막달레나 공동체, 동네사람 (미출판간행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