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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존중, 상생의 ‘둥근 밥상’


밥과 밥상을 나누는 우리는 ‘식구’

“밥은 먹었어?” “밥 잘 챙겨요!” “우리 언제 밥 같이 먹어요.”
우리 인사말에서 뺄 수 없는 단어, ‘밥’. 비록 한 글자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짧지 않습니다. ‘함께 살며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을 우리는 ‘식구(食口)’라 하지요. ‘식구’는 ‘한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함께 먹는 것’의 중요성은 ‘밥’ 문화권뿐 아니라 ‘빵’ 문화권에서도 드러납니다. ‘동반자’, ‘동료’라는 뜻의 영어 ‘Companion’은 ‘빵(Pan)을 함께(Com) 먹는 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요. 우리식으로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 즉 ‘식구’인 셈이죠.
막달레나의 집에서는 그곳에 머물거나 머물렀던 이들 모두를 ‘식구’라 부릅니다. 조직과 활동이 체계화되고 확산되면서 ‘막달레나공동체’가 된 이후에도 ‘식구’의 의미는 여전합니다. 1987년부터 막달레나공동체와 함께해온 ‘둥근 밥상’에 막달레나 식구들의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삶을 바꾸는 따뜻한 힘, 밥

1980년대 초, 어느 여름날. 우연히 마주한 사건을 계기로 이옥정 대표는 성매매 여성들의 상담자가 됐습니다. 상담은 온갖 부탁으로 이어졌습니다. 막달레나의 집 공동설립자인 문애현 수녀님, 가톨릭사회복지회의 도움으로 담당 신부가 된 서유석 신부님 등 함께하는 분들이 있었기에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이옥정 대표도, 문애현 수녀님도, 서유석 신부님도 성매매 여성들에게 선교나 설교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옥정 대표는 “이미 스스로 죄인이라 여기며 사는 이들인데, 그저 건강하기를 바라며 함께 밥을 먹었을 뿐“이라며 둥근 밥상을 가리켰습니다. 1987년부터 함께 세월을 보낸 밥상은 반들반들해졌습니다. ‘식구’가 된 이들 모두 자립, 즉 ‘탈 성매매’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이옥정 대표는 ”그들이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든, 함께 따뜻한 밥을 먹던 기억은 더 나은 삶을 위한 힘이 돼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얻어먹는 게 아니라 나눠 먹는 것”

“우리 집에 있는 동안, 밥만큼은 최선을 다해 정성껏 대접했어요.”
이옥정 대표는 “성매매 업주조차도 성매매 여성들을 더럽다고 여겼어요. 자신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이들임에도, 자신의 가족들과 겸상하는 것을 꺼렸지요. 그 여성들은 밥상에서도 소외됐던 것”이라며 “그렇기에, 더욱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밥을 지어줬어요”라고 회상했습니다. 이옥정 대표는 1987년에 마련한 둥근 밥상을 “우리 집 보물 1호”라고 합니다. 둥근 밥상 앞에 둘러앉으면 위도 아래도 없습니다. 모두가 평등해지는 것이죠.
“새해에는 떡국을 끓여줬어요. 손수 끓인 떡국을 먹으며 다들 좋아했어요. 그 사람들이 얻어먹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집집마다 쟁반을 들고 가서 나눴어요. 그렇게 하니, 받는 사람도 얻어먹는 게 아니라 맛있는 것을 나눠 먹는 기분이라고 했어요. 동네잔치처럼요. 떡국에 대한 답례로 선물을 보내오는 이들도 있었어요. 그러면 기쁘게 받았고, 편한 사이가 됐어요.”

 


참고
2018년 10월 30일, 가톨릭프레스, “희생한 것이 아니라 함께 한 거예요” 막달레나 공동체 설립자 이옥정 전 대표, 문애현 수녀 인터뷰
2018년 1월 18일, 한겨레, [아침햇발] 안녕, 막달레나
막달레나 공동체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