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콘텐츠

재개발 전 용산의 기록,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우리에겐 ‘기록’, 그들에겐 ‘치유’

“이제 뭔가를 보면 이걸 찍으면 예쁘겠네, 저렇게 찍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아! 나도 잘하는 게 있구나! 싶어 기뻤어요.”
막달레나의 집 ‘언니들’과 카메라의 첫 만남은 2006년 이뤄집니다. 그해 6월 자활 프로그램으로 사진 교육을, 11월 22일(수)부터 24일(금)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블루’에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 작가’ 20명의 작품 약 30점이 걸립니다. 제목은 <모든 것이 되는 시간들>. 
김정하 사진작가는 그해 9월부터 막달레나의 집에 입소해 ‘예비작가들’과 생활하며 함께 사진전을 준비합니다. 쉼터 ‘언니들’은 처음에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암실에 갇혀있던 그들의 마음은, 카메라를 통해 빛으로 나아갑니다. 엄상미 활동가는 “사진을 통해 참여자들은 물론 실무자, 강사 모두 치유를 받은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요”

2008년 10월 29일(수)부터 11월 1일(토)까지 서울 종로 ‘포스갤러리’에서 사진전 <모든 것이 되는 시간-위풍당당 그녀들>이 열렸습니다. 막달레나의 집의 두 번째 사진전입니다. 이옥정 대표는 “우리 집 식구들은 사진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찍히는 걸 싫어했다”라고 했다.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던 것이죠. 
그러던 그들이 사진과 친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활동가들은 사진 교육 정례화를 결정하고, 2006년에는 빌려 썼던 디지털 카메라를 몇 대 삽니다. 2008년 사진 교육은 4월부터 2주에 한 번씩 실시됩니다. 사진전 참가자는 입소자 7명 포함 총 13명. 김정하 사진작가는 막달레나의 집 ‘언니들’과 생활하며 함께 사진전을 준비합니다. ‘언니들’은 ‘사진 왕초보’였지만 열의는 상당했습니다.
“용산에서 10년을 살았는데, 보이지 않던 가게들이 보여요. 참 신기해요.”
“전에는 보지 않고 살던 하늘을 봐요. 하늘 색깔이 참 예뻐요.”
“예전에는 밤에만 나다녔는데, 이제 낮 풍경을 보게 됐어요.”
빛보다 어둠이 익숙했던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빛을 만나고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용산에 살던, 용산의 기록자들

“2009년 1월 용산참사(남일당 건물화재사건) 이후, 저희는 불안에 떨었어요. 그러다가 용산 성매매 집결지 또한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억의 지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그리스 신화 최초 여성 ‘판도라’의 이름을 딴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는 2009년 1월 시작됐습니다. 용산 성매매 집결지라는 공간과 그곳에서의 시간에 대한 애도의 표현이었습니다. 12명의 ‘언니들’이 생전 처음 디지털카메라를 잡았습니다. 이옥정 대표와 이희영 용감한여성연구소장이 그들을 독려합니다. 프로젝트는 용산 성매매 집결지가 철거되고, 그곳 여성들이 모두 떠난 후인 2012년 4월까지 계속됩니다.
이옥정 대표는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라고 회상합니다. 2009년 10월 미국 웨슬리대를 시작으로 뉴욕대와 컬럼비아대, 피츠버그대, 홍콩대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출간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2016년 8월 26일(금),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이옥정 대표는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는 사진으로 공간을 기록하는 모임인데, 실상 가장 큰 원동력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해외전시회



참고
2006년 10월 31일, 한겨레, “너희는 울어라! 나는 사진 찍을 테니까”
2008년 10월 30일, 경향신문, ‘언니들’의 窓 “빛이 싫었는데 이젠 그 빛이 꿈꾸게 해요”
2016년 8월 31일, kpbc, 성매매 여성들이 렌즈에 담은 유혹의 거리, 고통과 희망을 찍다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추진한 (사)막달레나공동체 이옥정 대표

2016, 막달레나공동체, 용감한여성연구소,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용산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의 사진과 이야기』, 봄날의 박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