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콘텐츠

막달레나공동체의 시작


“같이 살아도 되나요?”로 시작된 연대

"용산에서 성매매로 생계를 잇던 여성에게, 어린 딸이 있었어요. 다섯 살짜리 여자 아이는 어머니가 일하는 밤에 길거리에서 놀다 잠들곤 했는데, 어느 날 낯선 남자가 그 아이의 옷을 벗기려는 걸 목격하고 신고했습니다.“
1980년대 초, 보험설계사였던 이옥정 대표는 이 일로 용산 성매매 여성들과 그 아이들을 지원할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성매매 여성들의 상담사가 된 이옥정 대표는 1984년 10월, 용산역 인근에 단칸방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1985년, 천주교 신자였던 이옥정 대표는 아몰(AMOR,아시아 오세아니아 수녀연합회의 약칭)의 현장교육을 통해 일생일대의 인연을 얻습니다. 진 메리 말로니(Jean Marie Maloney), 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문애현(요안나) 수녀님을 만난 것입니다. 문 수녀님은 천주교 신자였던 이옥정 대표를 통해 용산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의 삶을 알게 됐습니다.
어느 날, 문애현 수녀님은 이옥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 살아도 되나요?”라고 물었고, 이옥정 대표가 흔쾌히 승낙하면서 두 사람의 연대가 시작됐습니다. 1985년 7월 22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에 낡은 용산역 앞 허름한 건물, 경남식당 2층 골방에서 막달레나공동체가 싹을 틔웠습니다. 이옥정 대표와 문애현 수녀님, 서유석 신부님이 뜻을 모으고 서울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의 지원을 받아 막달레나공동체의 모체인 막달레나의 집을 설립한 것입니다. 

 

전화위복이 된 재개발, 새 보금자리로 이사

용산역 앞 골방에서 용산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일시 보호 및 자활 지원을 펼치던 막달레나의 집은, 사회복지시설법에 따라 청파동으로 한 번 이사를 합니다. 그런데 2004년, 설립 20년을 앞둔 막달레나의 집에 위기가 닥칩니다. 용산 뉴타운 개발로 기존 집의 임대차 재계약이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세 번째 이사를 해야 했으나,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기존 집의 전세보증금으로는 갈 곳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 고난은 흔쾌한 연대와 상쾌한 새터를 선사합니다. <평화신문>, <프레시안> 등 언론을 통해 사정이 알려지면서 중학생들부터 가사 및 간병 노동자, 농민, 공무원, 교수 등 각계각층에서 성금이 들어온 것이지요. 서울 가톨릭여성연합회,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봄빛여성재단, 태평양재단, 아름다운재단,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서 약 1억 4,000만 원,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가 약 2억 원을 후원했습니다. 문화관광부도 쉼터 여성 자활 프로젝트 '행복한 보따리'를 지원했고요.
덕분에 낡은 건물 단칸방을 벗어나, 넓고 환한 새 보금자리로 이사합니다. 마당도 있고 욕실도 2개 있는 2층집으로요. 게다가 천주교 신자인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6,000만 원이나 깎아주고, 집도 새단장해 빌려줍니다. 2005년, 이사한 새 보금자리에서 8명의 여성이 검정고시 준비, 기술 배우기 등 새 삶을 준비합니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된 것입니다. 

 

‘집’에서 ‘공동체’로 거듭나다

갈 곳 없는 이들의 쉼터로 시작된 막달레나의 집은, 2005년 ‘막달레나공동체’로 거듭납니다. 쉼터인 막달레나의 집을 비롯해 현장상담센터 이나, 용감한여성연구소, 너른쉼터, 햇살고운진료소, 그룹홈, 이태원사랑방, 동고리, ‘나는 봄’ 등 현장에서 많은 흔적을 남깁니다.
2018년, 막달레나공동체는 고민 끝에 33년 동안 이어온 막달레나의 집 쉼터 사업을 접습니다. 중고령여성을 포함한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을 위한 사업과 위험에 노출된 여성청소년들을 위한 보건사업 및 성매매예방사업(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 봄)에 주력합니다. 그럼, 쉼터는 없어졌냐고요? 아닙니다. ‘막달레나의 집’에서 해왔던 탈 성매매 여성을 위한 독립지원사업은 그룹홈에서 이어가고 있답니다. 또한, 성매매예방사업의 일환으로 위기의 여성청소년을 위한 일시쉼터도 운영 중입니다. 
‘위로’와 ‘안식’으로 어제의 상처를 보듬던 쉼터가 ‘연대’와 ‘교육’으로 더 나은 오늘을 짓고, ‘자활’과 ‘예방’으로 더 밝은 내일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참고
2015년 7월 22일, cpbc,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새로운 삶을 꿈꾸는 쉼터 막달레나공동체 30주년
2004년 10월 21일, 프레시안, "'막달레나의 집' 이사를 도와주세요")
2005년 3월 23일, cpbc, '막달레나의 집' 새 터 햇빛 '쨍쨍' 성 매매 피해여성 위해 십시일반 모금, 개원 20년만에 마련
막달레나 공동체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