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서울시에서 마을정책을 처음 시작하면서, 마을을 ‘생활의 필요를 함께 하소연하고 함께 궁리하고 함께 협동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이웃들의 관계망’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미 파괴된 그 관계망의 시작은 친밀한 이웃들과 소소하게 시작된다고 믿었습니다. ‘작고 만만한’ 소액지원사업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래도 ‘관’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이 쉽게 다가서도록 하 기 위해 조례에다가 아예 ‘서울시민 3인 이상’ 이면 누구나 지원 사업에 신청할 수 있다고 못을 박 았습니다. 지원사업의 내용도 ‘하고 싶은 것 아무거나’ 할 수 있도록 무제(無題)공책 같은 예산(일 명 ‘바구니예산’)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3년여 동안 6만여 명의 시민이 등장하고, 2천여 개의 주민모임이 참여했습니다. 25개 자치구마 다 민간 풀뿌리활동가들로 구성된 마을네트워크(‘마을넷’)가 구성되고, 18개 자치구에는 자치구생 태계지원사업단(일명 ‘자생단’)이라는 중간지원조직이 만들어져 주민들의 마을살이를 곁에서 지 원합니다. 공무원들도 “이런 것이 마을이구나” 하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당장 내가 절실하고 시 급해서 나선 일이 동네일이 되니 겁도 나고, 통 모르고 지내던 아래층 사람들이 친정식구 마냥 살 가운 이웃사촌이 되니 신도 납니다.
이런 주민모임들이 슬슬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방과후품앗이 한다는 엄마들 모임과, 동네 골목 축제해보겠다는 청년들 모임, 큰애들 간식꺼리 만들어보자며 나선 엄마들이 모이고, 여기에 동네 작은도서관이 연결됩니다. “이 동네 1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작은도서관이 코앞에 있는 줄 몰랐 네?” 다 큰 아이 엄마가 새삼 억울해 합니다. …… 평소 말 없고 조신한 줄만 알았던 아래층 엄마가 이렇게 넉살좋은 왕언니 포스일 줄이야, 길 건너 항상 애 업고 다니는 젊은 새댁이 이렇게 야무질 줄이야, 부스스 머리 풀어헤치고 대낮에도 동네 어슬렁대던 청년이 글쎄 못하는 게 없다, …… 다 들 새로운 만남이 신기하고 신통합니다.
모이니, 각자 끙끙대던 고민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다들 어렵구나” “저렇게 하는구나” “같이 하면 되겠네” 누가 특별히 계획할 것도 없이 공동의 의제가 모아집니다. ‘내새끼’에서 나섰건만 어 느덧 ‘우리새끼’를 고민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던 골목이 다시 보이고 ‘우리동네’가 눈에 들어옵니 다. 이렇게, 끼리끼리 시작된 마을살이가 끼리끼리를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또 그래야 그 마을살이11
가 오래갑니다. 그렇습니다. 마을 별건가요? 2기에는 ‘점·선’에서 ‘면’으로 초점을 옮겨야겠습니 다. ‘의제별’ 지원보다는 마을 단위의 ‘종합적’ 지원으로 방법을 전환하려고 합니다. ‘동네 관계망’ 에서 ‘지역의 공론장’으로 목표도 바꾸면 좋겠습니다.
지난 1기 동안에 벌어진 서울 마을살이의 변화를 관계망의 확장과 심화라는 관점에서 돌아보 았습니다. 아직 ‘마을’이라고까지 하기에는 빈약한 관계망입니다. 하지만 마을로 발전해갈 ‘마을 씨앗’들이 서울시 전역에서 움트고 있습니다. 이 씨앗들이 얽히고 설켜 서로 단단히 엉겨붙어 마 침내 마을이 되도록 돌보고 지원하려고 합니다. 너무 안달하거나 나서서 그르치지 않도록 조심해 야겠습니다.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센터장
유창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