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아직도 복잡한 마음>

 2021년 11월에 발매된 김창기 <아직도 복잡한 마음> 앨범으로 앨범자켓, 바이닐 한 장, 엽서 5장, 라이너노트 4P로 구성되어있음

이번 앨범에는 기존곡을 새로운 버전으로 녹음한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장을 살게', 미발표곡인 '이런 흔해빠진 말', 새롭게 믹싱한 '용을 잡는 기술의 달인'이 포함되어 있다

 

▒ 수록곡

 - A SIDE: 1. 우린 함께 걸어가야 해, 2. 이젠 두렵지 않나요, 3. 광석이에게, 4. 난 살아있어, 5. 원해(Acoustic)

 - B SIDE: 1.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장을 살게(New Recording), 2. 이런 흔해빠진 말(미발표곡), 3. 아버지의 묘의 풀을 베며, 4. 딸에게, 5. 용을 잡는 기술의 달인(영어버전, New Mixing)

 

▒ A SIDE 수록곡 설명(사운드프렌즈 참조)

1. 우린 함께 걸어가야 해

김창기는 2016년에 싱글 <우린 함께 걸어가야 해>를 발표했는데, 웅장한 올갠 사운드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감미롭고 주목할 만하다. 이 곡에는 본인이 직접 멘트를 했다. “아내와 처음 가는 곳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서로 관심사가 달라서 다른 것들을 구경하다 보니, 자꾸 서로를 놓치게 되더군요. 아내 손을 잡았더니, 아내는 어색해하더군요.

 

아내 : 왜?

나 : 길 잃지 않게...

아내 : 어디로 가는지 알아?

나 : 몰라.... 그래도 함께 다니자....

 

노래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우린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요. 올드한 사운드로 만들었습니다. 더러는 건전가요 혹은 홍보용 노래 같다고 하더군요. 어찌되었든 좋습니다. 노래의 도입부는 '동물원' 5집에 있는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어>의 가사를 도용해왔습니다. 그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서 하는 이야기죠.“(김창기)

 

2. 이젠 두렵지 않나요

김창기는 2013년에 2집 [내 머리 속의 가시]를 오랜만에 발표한 이후 이어서 2014년에는 EP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를 발표한다. 아마 2집을 내고 부족한 부분을 느꼈던 것 같다. 그는 2집 라이너노트에서 “나를 괴롭히는 생각과 현실들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로 풀어내려 노력했고, 그렇게 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노래의 틀을 빌리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랑노래의 틀’이 제대로 작동된 것은 EP [평범한 남자의 유치한 노래]였고, <이젠 두렵지 않나요>는 완성도 있게 나왔다.

 

3. 광석이에게

2013년 솔로 2집 [내 머리 속의 가시] 수록곡.

“친구이자 형제였던 광석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노래다. 멜로디의 테마는 광석이의 <나의 노래>에서 가져왔다. 장조를 단조로 바꾼 것인데, 아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 해서 아쉬웠다.”(김창기)

 

4. 난 살아있어

2013년 솔로 2집 [내 머리 속의 가시] 수록곡.

“가장 대중적일 수 있는 발라드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기타가 잘 들어갔다. 기러기 아빠를 할 때의 심정을 대상을 상실한 남자의 심정으로 바꾸어 보았다.”(김창기)

 

5. 원해(acoustic)

2013년 솔로 2집 [내 머리 속의 가시] 수록곡.

“젊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노래다. 2집 음반의 흐름이 너무 잘 짜여진 편곡들로 나열되어 감정의 전달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Acoustic 편곡으로 된 버전을 앞에 놓았다. 피아노 하나로 부르는 노래의 감정이 더 잘 산 것 같다. 녹음을 도와주던 젊은 사람들은 약간 보이그룹 같은 편곡으로 된 Full Session Version을 더 선호하는데 듣는 대중들은 어떨지 모르겠다.”(김창기)

 

▒ B SIDE 수록곡 설명(사운드프렌즈 참조) 

1.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장을 살게(new recording)

1997년 이범용과 함께한 비운의 명반 [창고] 수록곡이다. [창고]에 수록된 상당수의 노래가 동물원 6집의 <나도 자유로웠으면 해>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께>도 특이한 노래다. 이 노래 전반부는 도시생활에 지친 소심한 샐러리맨의 상처 내지는 현실탈출 욕구를 얘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노래 2절에는 “너의 추억이 감당할 수 없도록 가까워질 때/ 네가 떠나야 했던 이유가 떠오를 때/ 늦은 밤 텅빈 나의 방에 돌아갈 용기가 없을 때/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게”라는 가사를 슬쩍 끼워 놓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버전과는 다른 녹음이다.

 

2. 이런 흔해빠진 말(미발표곡)

전달받은 웨이브파일 제목은 ‘사랑해’였다. 미발표곡이다.

 

3. 아버지 묘의 풀을 베며

2016년 디지털싱글 [빌어먹을 노래들]에 수록된 노래다.

“후배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만들었다. 음악을 한다고 아버지 속을 썩였던 후배가 아버지에게 ‘이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빌어먹을 자식! 나가 뒈져라!’라는 말을 듣고 집에서 쫓겨났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후배가 아버지와 화해를 했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상처를 해결하지 못한 아들은 아버지의 묘를 찾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찾지 않던 아버지의 묘에 갈 때에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와 직시하게 되었거나, 현실과의 갈등, 인정받지 못 하는 것을 넘어 비난받아 흔들리는 자신감으로 위태위태한 상태에서 아버지에게 자문을 구하러, 혹은 위로를 구하러 갈 것이다.오랜만에 찾은 아버지의 묘는 잡초가 무성하다. 묘의 풀을 베는데, 땀이 흐른다. 잠시 쉬며 담배를 태운다. 아버지의 묘비를 본다. 아버지의 이름을 반복해서 읽는다. 그 이름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아버지에게 어떤 의미였는가?아버지를 회상한다. 애증이다. 증오가 더 많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이해해주지 않고, 비난하며 발전만을 요구했었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그렇게 분노하며 부정했건만, 이 세상은 아버지가 말씀하셨 듯, 내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놈'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아버지의 묘를 어루만지며 노래가 시작된다. 잔디를 쓰다듬는 리듬이다. 당신을 미워했고, 원망했다고 고백한다. 왜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불쌍하게 여기고 이해해주지 못 했냐고, 그래서 나를 이렇게 불안한 사람으로 만들었냐고, 인정받지 못 할까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타인을 신뢰하지 못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냐고 원망한다. 난 당신이 나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사실 믿고 싶다고, 믿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기억할 수 있는 긍정적인 아버지의 음성은 아주 어릴 적, 아직 현실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을 때, 아버지의 품에 안겨 아버지가 불러주던 노래를 듣던 것뿐이다. 그 다음은 비난뿐이었다. 부모의 위로와 격려의 음성을 기억해내고, 재생할 수 없는 사람은 스스로를 위로할 수 없다.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들리지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말해줘도 믿어지지 않기에 입력이 안 된다. 들을 수가 없다. 그런 노래다. 사랑을 믿을 수 있어야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에, 뒤늦게 사랑을 애원하는 노래다.“(김창기)

 

4. 딸에게

2018년 디지털싱글 [아빠와 딸]에 수록된 노래다. 2015년 양희은 싱글프로젝트 [뜻밖의 만남 #4]에 수록된 <엄마가 딸에게>에 이은 버전으로 보인다.

 

5. 용을 잡는 기술의 달인(영어 버전, new mixing)

2016년 디지털싱글 [빌어먹을 노래들]에 수록된 노래다. 영어로 다시 믹싱을 했다.

“용인에서 강의를 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만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일까?' 하는 의문이 노래의 시작이었다. 마침 용인이라 '무용지물'이란 말이 떠올랐다. 내 처지의 서정적 묘사였다. 참고로 서정은 사물 혹은 개념과 자신의 상태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좀 더 생각했다. 도룡지기(屠龍之技)가 떠올랐다. 조금 더 시각적 이미지가 있는 표현이었다. 용을 잡는 기술, 수요도 없는데 공급하겠다고 나서는 기술, 대단한 기술인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쓸모없는 기술.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었다. 나는 용을 잡는 기술의 달인이었다. 내 음악적 처지를 잘 표현해줄 이야기였다. 그래서 만들었다. 어쩌겠는가? 쎈 척 해도 안 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걸하듯 나의 유용성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안 먹혀 들어가면 ‘다음에는 꼭 사주세요~!’ 하고 능숙한 영업사원 같은 미소를 날린 후 돌아서서 ‘눈이 삔 네가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뭐야?’ 하고 욕을 할 수밖에. 집에 돌아가는 길에 빨간 뚜껑 한두 개 따서 얼큰하게 취하고, 이런 빌어먹을 현실은 개들에게나 주라고 허세를 부리고, 아줌마에게 윙크하고, 다음날 아침 깨어나서 수치심을 추스르고 아직 남아있는 것들마저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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