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 종-전체(上院寺 鐘)

현재 전하는 한국종 중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맑고 아름다운 종소리와 정교한 무늬에서도 성덕대왕 신종과 더불어 국내 최상으로 손꼽히는 종이다. 천판 위로는 단룡單龍의 용뉴와 음통을 갖추고 있으며 몸체에는 상대와 하대, 상대와 연접한 연곽, 비천상 등을 갖추어 한국종의 독특한 특징과 형식을 잘 갖추고 있다.『영가지永嘉誌』에서는 이 종의 성음聲音이 웅장하여 백리 밖 멀리까지 들리는 명종이며 몸체가 단정장중하고 조각이 우미하면서 아담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종은 몸체의 2/3되는 배부분까지 서서히 불러오르다가 다시 종입구쪽으로 약간 오므라들면서 끝선을 수평으로 잘라 외곽선의 긴장미를 살리고 있다.
용뉴는 몸체에 비하여 매우 큰 편으로 타종에 놀란 듯한 큰 눈과 오똑 선 귀, 날카로운 뿔과 크게 벌린 입, 힘차게 천판을 딛고 선 발의 표현 등에서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음통은 5개의 구역으로 나누었으며 연꽃무늬와 보상화무늬로 수놓았다.
상대는 동일한 지문판地紋板을 연속적으로 찍었다. 지문판은 중앙에 아래로 둥근 반원이 있는데, 이 반원권 무늬는 신라종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며 고려시대까지 이어진다. 반원은 테두리를 겹으로 둘렀는데 바깥 테두리에는 하트모양의 고사리무늬를 돌리고 안쪽 테두리에는 작은 능화꽃을 돌렸다. 이 반원 내부에 조그마한 주악비천 2구가 앉아서 왼쪽은 피리, 오른쪽은 쟁箏을 연주하고 있다. 하대도 상대와 유사한 형식인데 반원 내부에는 작은 주악비천이 4구가 있으며 각각 취악기, 피리, 장고, 비파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상대에 연접하여 사다리꼴 모양의 연곽이 4군데 있다. 연곽 내부에는 가로 세로 각 3개씩 총 9개의 연꽃봉오리를 도드라지게 주성하였다. 연곽은 좌·우·아래쪽에 각각 반원권을 하나씩 두고 그 안에 다시 비천을 새겨 매우 특징적이다.
연곽 아래쪽의 배 부분에는 비천과 당좌를 번갈아가며 새겼다. 당좌는 종의 앞과 뒤에 하나씩 있는데 무늬들이 가느다란 선으로 섬세하게 메워져 절도 있는 화려함을 보여주고 있다. 8잎의 연꽃잎에 구슬무늬띠를 돌려 마무리하고 바깥 구슬무늬 띠와의 사이에 가느다란 당초무늬를 채워넣었다. 비천은 종의 좌우에 있으며 2구가 한쌍이 되어 나란히 구름 위를 날며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왼쪽의 비천은 커다란 공후를 끌어안고 연주하고 있으며 오른쪽의 비천은 생황을 불고 있는데 무게가 없는 듯 가벼워보이는 비천의 자세로부터 하늘로부터 하강하는 부드러운 동세가 느껴진다. 둘 다 나신인 상반신에는 영락을 드리웠고 팔과 허리 아래로는 얇은 천의를 걸쳤는데 영락과 천의들이 비천들의 몸을 휘감고 자연스럽게 하늘로 날리는 모습은 매우 유려하고 섬세하여 이 우아한 비천들의 자태를 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천판에 명문이 음각되어 있어 개원開元 13년(725)에 주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종에 관해서는, 신라 성덕왕에 의하여 조성되어 산내 진여원眞如院(신라귀족 자제들의 교육원)에 봉안되었다는 기사가 『월정사약사月精寺略史』중에 등장하며, 그 후 조선 1468년 안동 누문에 있던 종을 상원사로 옮겼다는 기록이 『영가지』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 전까지는 안동의 누각에 걸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