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뭉클 인터뷰
[강서구 동아리] 바리미
강서뭉클
게시일 2021.12.15  | 최종수정일 2021.12.15

 

강서뭉클 동아리를 만나다

바리미 

 

창작의 영감은 싱크대에서! 도예 동아리 <바리미>

 

 

<바리미> 

회원 : 유신예, 구명숙, 박순규, 조정옥 

인터뷰 일자 : 2020년 10월 6일  

인터뷰 장소 : 염창문화예술창작공간 

인터뷰 : 조윤성 (강서구 생활문화활동가) 

글 : 박근희 (2020 강서구 생활문화조사원) 

사진 : 정경일(PopCon) 

 

 

  

 

 

 

동아리 10년 유지 비결, 도자기에 향한 끝없는 사랑  

 

 

Q. 도자기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예신희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도예 하기 전에 퀼트, 지점토 등 잠깐씩 다양한 공예를 취미로 했었어요. 제가 방화동에 살 때 그 앞 농협문화센터 에서 전단을 봤는데 도예반이 있는걸 보고 우연히 가보게 되었어요. 하다 보니까 선생님도 좋았고, 흙 작업을 하다 보니까 다른 취미  

활동들에 비해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작품이  구워져서 나오면 보람도 있어서 계속했는데 여기까지 왔어요. 


조정옥

다녔던 도예반에서 가마나 흙 같은 시설을 많이 준비해 주셔서  개인적으로 준비할 게 많이 없었고, 그래서 부담 없이 계속해서  배워나갈 수 있었어요. 


박순규

박물관이나, 도자기 전시 보는 것을 원래 좋아했어요. 그리고 원래 만들고 그리고 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늦게나마 도예 전공도  했고요. 학교에서 강의를 해주시던 선생님이 좋아서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김포 작업실에서 더 배우게 되면서 <바리미> 언니들도 만났죠. 도예는 늘 살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기도 했구요.  각종 도예 전시회를 다니면서 작가님들 작품을 꾸준히 보고 꿈을  키워나갔어요. 내가 직접 그릇을 만들어서 써야겠다는 작은 꿈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일을 벌써 10년 이상 됐네요. (웃음) <바리미> 언니들과 함께 앞으로도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구명숙

예쁜 그릇을 워낙 좋아했어요. 예전부터 정보지, 전문서적도 정기 구독하면서 플레이팅 같은 것들을 스크랩 하기도 했구요. 그러면서 직접 도자기를 만들고 싶은 막연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다 아이 들이 좀 크고 나니까, 더 배우고 싶어졌죠. 신문에서 강서문화센터 에서 도예 공방있는 것을 보고 처음 다니게 되었어요. 그렇게 미친 듯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된 것 같아요. 거기서 만난 인연으로 김포 작업실에서 지금 <바리미> 회원분들도 만나게 되었고요. 도자기, 그릇을 좋아하는 열정이 있는 멤버들과 같이해서  더 즐겁게 하는 것 같아요. 

 

Q.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바리미>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박순규

도자기가 저에게는 운명 같았어요! 사실 흙으로 하는 작업 공정이  굉장히 긴데, 성형하고, 건조하고, 초벌, 유약, 재벌 등 공정이 길고, 가마에서 작품이 깨지거나 망치는 일도 정말 많아요. 그러다 보니 이 작업을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끈기가 없는 분들은 금방 지쳐서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팀워크가 좋다 보니까 같이 작업 하면서 소소하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저의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즐겁게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있었어요. 


조정옥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한두 달 이상 걸려요. 체력적으로 힘들 다고 느낀 적은 있지만, 이 일을 하기 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 어요. 그냥 당연히 하는 것 처럼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작업실 을 꾸준히 가다 보니 10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아요, 함께 하는 멤 

버들과 정이 들고 끈끈해지면서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었어요. 


구명숙

저희도 초기 멤버는 많았는데 결국 저희만 남았거든요. 진짜 좋아 하는 사람이 아니면 다들 하다가 스스로 물러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일을 많이 좋아하고, 끈기가 있는 사람만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런 멤버들끼리 함께 하다 보니까 팀워크도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예신희

20년 가까이 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저희가 함께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혼자였다면 못했을 거에요. 한 명만 작업실에 안 나와 도 뭔가 어색하거든요. 모두 도자기에 대한 열정이 있고, 믿고 함께갈 수 있는 깊은 관계가 되다보니 이 취미를 함께 오랜 시간 지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멤버가  아니라 또 하나의 가족같아요. 서로 자녀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여러 가지 일상을 함께 공유하면서 지속해나가고 있어요.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자기  

 

 

Q. 한 분 한 분의 솜씨가 수준급이세요. 지금까지 만드신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품에 얽힌 스토리도 궁금합니다. 

 

예신희

사실 다 애착이 가긴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건 문화 센터에서 제일 처음에 만들었던 종지에요. 이걸 처음 만들고 작품 에 제가 사인을 했었는데 그게 기억이 많이 남아요. 첫 번째 작품 이라 그런지 그때의 열정이 생각나고, 많이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조정옥

저는 오늘 가져온 이 그릇이 가장 애정이 가요. 사실 이 정도 큰  사이즈 그릇을 만들 시간과 체력이 지금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손녀 보기 전에는 정말 밤새우면서 시간과 열정을 쏟았었거든요.  물레에 오랜 시간 앉아서 작업을 하다 보니 팔이나 손목이 아프고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든데도 좋아서 열심히 작업했어요. 지금은  체력적으로 큰 그릇을 만들어 내기가 정말 힘들어요. 이 그릇 이후로 는 이렇게 큰 그릇 작업을 못했어요. 그래서 이 그릇을 보면 그때의 열정 넘치던 시절이 생각이 많이 나면서 마음이 울컥하기도 해요. 


구명숙

질문을 받고 제가 만들었던 작품들을 쭉 다 봤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애정이 가요. 제가 상 받은 작품도 있는데, 꼭 그 작품이 아니더라도, 미운 작품이더라도 내 손길과 정성이 어쨌든 담긴 거니까. 저는 지금은 손목을 다쳐서 물레를 못 돌리고 손작업만  하는데, 오늘 가져온 큰 접시도 손작업으로 만들었어요.  큰 접시는 플레이팅하고 음식을 담았을때 예뻐서 좋아해요.  


박순규

저는 처음에 물레를 배울 때 조선시대 ‘사발’ 형태를 먼저 배웠어요. 그때 엄청 신중하게 배워서 사발을 볼 때마다 고맙고, 많이 애정이 가요. 지금도 하기싫어 질 때는 사발을 보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때 생각을 하면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저는 감정적인 변화가  많은 사람이라, 혼자 하기 싫고 그만하고 싶었을 때도 많았는데, 집에서 설거지하면서 처음에 제가 만들었던 사발을 보면서 계속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요. 오늘 가져온 백자 차주전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요. 작품 의 영감은 백의민족을 생각하면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고, 한복 옷 고름, 치마의 주름 등을 포인트로 직접 하나하나 그렸어요. 사실 이 형태가 나오기가 쉽지 않은데, 마음에 들게 잘 나왔어요. 숙우 (차를 우려서 숙우에서 온도를 식힘) 안에는 모란꽃잎을 그렸는데,  자세히 보시면 그 옆에 그림자가 두 개 있거든요. 그림자는 여인들 의 눈물을 표현한 거에요. 예전 엄마들은 꿈을 펼치기가 힘들었잖 아요. 그런 여인의 한을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찻잔 안에도 꽃잎을  그려서 꽃잎을 눈으로 감상하면서 차를 급하게 마시지 말고, 보고  천천히 음미하시라고 그렸어요.

 

 

 


 

 

창작의 영감은 싱크대에서  

 

Q. 모든 창작 활동에는 영감이 필요한데요,  <바리미>는 작품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조정옥 

저희는 여행을 가도 도자기 관련 전시회나 생가를 보러 많이 가요. 그런 데서 영감을 얻어요. 가끔 주변에서 주문을 받아서 만들 때가  있는데, 작은 걸 만들어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 도자기를  어떻게 쓸지를 많이 생각하면서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박순규

살면서 내가 느끼는 것들. 제가 평생 자라면서 한이라던가, 느낀 것을 작품에 담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성장 과정과 일상 에서 보는 작품, 모든 것이 영감이 되는 것 같아요.  

 

예신희

물레를 배우고 나서, 이것저것 다 만들 수 있게 된 이후부터는  특별한 영감이라기보다는 일상적으로 그릇을 많이 접하는 주부이다  보니 접시, 밥공기, 국그릇 등 생활자기 위주로 많이 만드는 것 같아요. 영감은 그냥 싱크대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웃음)  

 

구명숙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자연이 영감이 되는 것 같아요. 우연히 고속도로에서 보게 되는 예쁜 꽃을 사진을 찍어서 두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작품과 전시회를 많이 보러 가기도 하고요. 많이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신희 언니처럼 정말 주방일 

을 할 때 반복 작업이 많다 보니까 집안일을 하면서도 이번에는 어떤 접시를 만들어볼까, 어떤 디테일을 할까 등 생활 속에서 늘 생 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바리미> 팀원 충원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조정옥 

새로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하시는 분들이 결국에는 끝까지 계속 하시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사실 도예는 취미 삼아 쉽게 잠깐 하기는 좀 어렵거든요. 작품이 처음부터 잘 나올 수가 없고, 만족 스럽게 할 수 있으려면 사실 몇 년은 꾸준히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까지 견디시는 분들이 많이 없고 1년 이내에 많이 들 그만두시는 것 같아요. 누군가 새로 오시는 분이 있다면 몇 년 은 꾸준히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하셔야 할 것 같아요.  


구명숙

팀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는 않지만, 모두 저희 같은 사이가  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희가 받아들이기도, 새로 오신  분들이 적응하기에도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처음에 시작하는 것이 사실 좋기도 하고요. 


박순규

혼자 오는 것 보다, 새로 배우고 싶은 분들이 계시면 새로운 분들 끼리 팀을 이뤄서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저희가 도와드 리고, 노하우를 알려드릴 수 있죠.

 

 

Q. 앞으로 바라는 것, 목표가 있다면요? 


조정옥

거창한 목표보다는 전시회를 더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바리미> 단독전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박순규

오래오래 건강하게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시회도 하고, 소 소하게 판매도 할 수 있고 그러면 참 좋을 것 같아요. 1년에 한 번  강서는뭉클뭉클 전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참 활력소가 되고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예신희

작품은 많은데 플리마켓 같은 기회가 있으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 요. 전시뿐만 아니라 판매를 함께하면 더 보람 있을 것 같고 그런  기회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구명숙

정말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 작품으로  조금 더 큰 규모로 전시도 해보고 싶어요. 플리마켓 기회도 더 자 주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