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사람들은 이 맛을 안다
[바지락칼국수] 바지락 국물에 스며든 가리비의 고귀함
양지원
게시일 2022.02.04  | 최종수정일 2022.03.29



“내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손님들께도 내놓아야죠.” 
주인장의 이 말속에서 가리비조개처럼 귀한 마음이 엿보인다.
 
이기례(1962년생)
인천 미추홀구에서 태어나서 60여 년을 한동네에서 살고 있고, 식당을 운영한 지는 23년 되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과 알고 지낸 세월이 20년이 넘었네요.
사장님 고향이 어디신지요?

인천예요. 여기 남구(현재 미추홀구) 주변에서 살았어요. 미추홀구에서 60년을 넘게 살고 있어요.

칼국수집을 하게 된 동기가 궁금한데요. 언제부터 운영하셨는지요?
98년도에 시작했으니 23년차네요. 아이들이 4학년, 1학년이었으니까요. 지금은 남편하고 운영을 하지만 처음에 식당 시작할 때는 언니 두명하고 함께 시작을 했어요. 모두 칼국수를 워낙 좋아했어요. 그래서 메뉴를 칼국수로 정하고, 언니의 친구가 칼국수 가게를 하고 있었기에 거기서 먼저 배웠죠.

선경험이 있으신 그분이 칼국수 가게를 권장하시던가요?
적극 권장을 했어요. 처음 음식점을 하는 입장에선, 칼국수가 조리도 비교적 복잡하지 않고 국물 맛 잘 내면 손님들이 좋아할 거다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어야 재미있고, 조리법이라든가 반찬이 비교적 간단해서 메뉴로 정하기엔 별 무리가 없었죠.

네. 맞아요, 일단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재미있죠.
간판이 ‘가리비 칼국수’인데 간판만 본다면 가리비를 주재료로 하는 것 같단 생각을 하게 되는데 가리비를 재료로 쓴 것이 처음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중간에 바꾼 것인지 궁금한데요.

오해의 소지가 좀 있을 수 있는데요, 간판을 그렇게 붙인 건 가리비조개 모양이 예뻐서 그냥 가리비를 붙였을 뿐인데 사람들이 이걸 약간 오해를 하고 가리비만 넣는 줄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십여 년 전에는 삐죽조개(마당조개)라고 하는 조개를 칼국수에 주로 넣었어요. 삐죽조개는 국물 맛이 시원하거든요. 예전에 삐죽조개는 오이도 쪽에서 많이 작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갯뻘이 오염 돼서 아예 작업을 못하고 이젠 귀한 조개가 되다보니 지금은 바지락으로 칼국수를 끓이게 됐어요. 가리비는 원하는 손님한테 조금 넣어드리게 되었죠. 그러니까 온전히 가리비만 넣어서 하는 칼국수는 없죠. 가리비는 관자를 먹기에 적합하지, 시원한 육수를 내지는 못해서 가리비만 넣고는 맛이 덜하죠.

가리비는 가격도 비싸죠?
네, 명절 때나 휴가 시즌엔 두세 배 올라서 가리비 하나에 2~3천 원씩 해요. 3천 원까지 할 때는 저희로서도 넣어드리질 못해요. 
가리비 양식이 굉장히 힘들대요. 예전에는 동해에서 양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동해에서 나오는 건 거의 없고 중국산, 러시아산, 일본산이예요. 국내산 가리비가 있긴 한데 아주 작아요. 십 원짜리 동전만큼 아주 작아서 손님들께 내드리기가 적합하지 않죠.

그런 어려움이 있어서일까요? 가리비칼국수를 거의 못 봤어요. 조개구이 집엔 있겠네요?
그렇죠. 우리도 가리비 구이랑 찜을 했었는데, 그거 하다 보니 술을 놔야 되니까, 그러다보면 밤늦게까지 해야 하고 술 드시고 안 좋은 모습을 많이 겪게 되고 해서 다 없애고 간단하게 찜만 하기로 했죠.




처음에 언니 두 분하고 하다가 지금은 남편하고 두 분이서 운영하는데, 남편분이 요리에 재능이 있으셨나 봐요?
이십 년 세월이 흐르다 보니 가정사도 변해서 언니들은 손자녀가 생기면서 아기들 키우느라 손을 떼고 저희 남편이 투입됐어요. 남편은 직장생활 하다가 이 쪽으로 오게 됐는데 우리 둘 다 조리는 하는데, 아무래도 남편이 힘이 더 좋으니까 주로 남편이 조리를 하죠. 처음에 언니한테 배워서 바로 하게 된 거죠.

칼국수 면은 직접 뽑으시는지요?
처음에는 직접 뽑았는데 그게 날씨나 온도에 따라서 면의 쫄깃함이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나요. 날씨의 습도나 건조함의 차이에 따라서 달라지니까 아무래도 전문가가 하는 걸 받아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지금 삼대째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한테 맡겨서 이용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분도 작은 규모로 출발했었는데 칼국수 식당에서 많이 주문을 하다 보니 지금은 공장으로 운영할 정도로 커졌어요.




칼국수하면 면발하고 육수가 중요한데, 어떤 것들이 들어가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는지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들예요. 멸치, 디포리, 다시마 그리고 황태 덕장에서 가져오는 황태, 양파, 건새우 등이 들어가요.

말만 들어도 시원한 느낌이 나는데요. 건어물이라 해도 신선도가 중요할 것 같은데 그런 재료들은 어떻게 수급을 하시는지요?
마산에 멸치 양식하고 건어물 취급하시는 할머니한테 받다가, 그분이 너무 연세가 많으셔서 다른 곳 연결해 주셨어요.

건어물은 미리 건조해 놓았다가 거래를 하면 되는데 생물인 바지락이나 가리비 같은 경우는 수급 받는데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가리비는 아까 말씀 드린 대로, 가격이 너무 오르고 수급량이 적을 때는 조기에 영업을 마쳐야 할 때도 있고요. 바지락 같은 경우는 해감을 한 걸 받아도, 뻘 흙이 덜 빠진 경우가 있어서 저희 수족관에 하루 이틀 정도 더 해감을 시키죠.
그리고 바지락 하나하나 다 흔들면서 뻘 흙이 남아 있는지를 선별하죠. 바지락도 수급량이 충분치 않고 해감한 것이 모자라면 영업을 못하죠.

바지락도 수급량이 부족할 수도 있군요. 그럼 바지락은 국내산인지요?
수급량이 부족한 경우는 양식이라 해도 태풍이거나 비가 많이 올 때는 작업이 안돼서 수급이 안돼요. 바지락은 국내산과 중국산을 쓰는데 국내산은 봄부터 9월까지 가장 좋을 때이고 그 이후로는 작업을 안 해요. 그때는 중국산을 써요.
중국은 워낙 땅이 넓다보니 따뜻한 곳에서 양식이 되나 봐요. 그리고 북한산이 중국으로 들어와 우리나라로 들어오기도 해요. 북한이 추운데도 그쪽에서 들어오는 건 살도 많아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칼국수 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반찬이 김치잖아요. 칼국숫집을 고를 때 김치 맛에 따라 선택이 결정될 정도로 중요한데요, 김치는 직접 담그시는지요?
네, 저희 남편이 직접 재료 사다가 담가요. 김칫거리는 농산물시장에 고정 거래처가 있고, 고춧가루도 전남 신안에서 고정으로 거래하고 있어요. 태양초 고춧가루예요. 개인 거래이기에 세금공제 혜택도 안돼요.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내가 믿고 먹을 수 있는 걸 손님들께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하고 있죠.
해산물 같은 경우는 45일 기간 내에 동해나 일본해류 중국해류가 다 섞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건 거의 비슷하다고 봐야하지만 속임수가 많은 채소만큼은 국산을 고집하고 있어요.

재료의 선별과정 얘기를 듣다보니, 사장님의 성품이 식당을 운영하는 면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또 김치하면 고춧가루는 선명한 빛깔에서도 중요하지만 또 그에 못지않게 맛을 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젓갈이잖아요. 어떤 젓갈을 쓰시는지요?

까나리액젓을 시중에서 사서 써요. 매운 김치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무채김치는 고춧가루 없이 담아요.

흔히들 칼국수 하면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생각을 하는데 혹시 사장님만의 특별한 조리 방법이 있으신지요?
비법은 따로 없고요. 맛은 원 재료에서 나온다라는 생각이기에 최상의 재료를 쓰고 있어요.

맞습니다. 그리고 육수하고 면하고 혼합하는 방식은 어떠신지요?
육수를 먼저 내놓은 다음에 바지락 넣고 끓으면, 그 때 면을 넣어요. 어떤 사람은 바지락을 살짝 끓여서 건져놓고 면이 끓을 때 넣는다고 하던데, 그렇게 하니 바지락 육수가 덜 우러나와서, 저는 바지락과 면을 주문량대로 함께 넣고 끓여요. 면을 끓이는 시간은 타이머를 놓고 조절하고 있어요.

판매하는 음식의 경우, 대중적인 소비자의 입맛이 되어버린 합성조미료, 과도한 소금, 설탕의 사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소금, 설탕을 사용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소금과 설탕을 거의 사용하지 않을 경우는, 바지락이 살이 통통히 올랐을 때는 단맛이 우러나오고 바지락 자체가 짠맛을 안고 있기에 소금, 설탕을 사용 안 해도 되지만 그 반대로 바지락 살이 적을 때는 그 짠맛을 감소시키려면 최소량의 조미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오히려 감칠맛에 익숙해진 손님들은 조미료를 넣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부재료를 국내산을 쓰고, 바지락을 많이 넣는 거에 비하면 칼국수 가격 7000원이면 저렴한 편이고요, 해산물을 다루니만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데, 예를 들면 바지락 하나라도 상한 게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바지락 하나하나 쳐서 소리를 듣고 선별 작업을 아침마다 해요. 다른 곳은 그냥 들어온대로 한다는데 저는 일일이 하나하나 골라요.



 
이십 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면서 코로나 전과 후로 어려움이 있으셨다면 어떤 점이 있으신지요?
몇 년에 걸쳐 저희는 칼국수 가격을 7000원으로 유지하고 있어요. 물가 상승폭에 비해 저희는 음식 값을 올리질 못하겠어요.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한 매출이 40% 떨어졌으니 힘들죠. 코로나 초기 확장세가 심할 때는 45% 떨어질 때도 있었는데, 그렇다고 지금도 더 나아진 건 없는데 그 세월이 오래가서 그 걱정이 좀 무디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체감으로 느끼는 매출 감소세는 좀 덜해요.

매출이 감소되고 할 때는 어떤 생각이 드세요? 내가 잘 못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니라서 속상하실 것 같아요.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선 어느 정도 만족하시는지요?
부가세를 많이 내다보니 별 도움이 안돼요.

코로나19로 음식점에는 포장이 새로 생기거나 늘어나는 추세고, 또한 포장이나 배달로 인한 일회용 용기 사용이 환경오염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이 점에 대한 사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희는 지금도 배달은 안하고 포장을 새로 시작했는데요, 환경을 생각하면 당연히 마음이 안 좋지만 매출을 생각하면 피할 수 없는 거고, 더욱이 후손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요. 가능한 손님들께 댁에서 용기를 가져오길 당부 드리고, 더 큰 규모로 생각한다면 재생용기 같은 것들이 나와 주면 좋겠어요.

미추홀구에서 오랜 세월 식당을 운영해오시면서 드나드는 손님들을 통한 식생활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음, 이십 년 넘게 꾸준히 찾아주시는 단골손님들을 볼 때에는 저희 집 칼국수가 변함이 없기에 오시는 거겠죠. 또한 그 손님들의 식생활면에서도 변화가 없다는 반증 아닐까 해요. 칼국수는 꾸준히 즐겨 드시는 음식인거죠.

손님들 접대하랴 인터뷰 응하시랴, 분주한 가운데 끝까지 차분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유지하면서 이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주시길 기원합니다.


 
시민기록일지
 면담자 : 표기자 (면담지원 : 김순옥)
 면담일시 : 2021. 9. 8.
• 면담장소 : 가리비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