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친구들
30년 타향살이. 기록되기 전엔 알 수 없는 것들
차미경
게시일 2024.10.09  | 최종수정일 2025.07.01


기록되기 전엔 알 수 없는 것들(Things unknown before being recorded)”
공장과 농장과 선박과 식당은 일상에 있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덕분에 우리는 상품이라는 결과물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노동하는 사람의 시간은 잘 보이지 않고 기록도 찾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노동의 문제에서 소외를 해결하고자  실천의 현장으로 뛰어든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주체의 기록이 보존되어 서비스되는 사례들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흔치 않다.  
민중사가 배제되거나 왜곡되고 지배계층의 문화와 기록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어떤 사회에서든 노동은 모든 사회 구조물을 이루는 기반이며 노동자는 한 사회의 다양한 경제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자 집단이다.

스피박(Spivak 1988)은 한 사회의 민중·소수자와 유의한 개념으로 서발턴(subaltern)을 사용했는데 서발턴은 자신을 재현하기 어려운 중심 밖에 위치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스스로를 재현하지 못하고 누군가에 의해서 대리 재현될 때 그 가치는 종종 온전히 인식되지 못하거나 변질된다. 우리는 국제연대의 경험과 기억을 가진 당사자로서 대륙간 연대, 아시아 지역의 사회운동 영역의 틀 안에서 지배계층의 시선이 아닌 서발턴의 시선으로 기록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과제가 국제연대 논의의 테이블에 올라와야 할 것을 제안한다. 그 범주 안에는 이방인으로 이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애사도 포함된다.
2000년대 한국에는 노동 아카이브가 등장했다. 국내에서 노동기록을 수집, 활용하고 있는 곳은 노동자역사 한내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민주화운동 사료관이다. 위의 세 기관은 노동에 관련된 각종 기록을 수집하는 곳이지만, 주변부 노동자들의 참여와 이용률은 약하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기록될 이유가 명확한 인물, 조직, 사건 중심에서 벗어나, 기록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한 참여 기반 기록화이다. 그것은 기관을 넘어 시대와 사회로 확장되고, 개인과 공동체가 진정한 해방의 주체이자 정치사회적 주체임을 인식하는 계기와 만나야 할 것이다.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의 기록화가 가져올 변화
한국 사회에서 주변부 노동자들로 살아가는 다수는 서발턴적 존재이다. 그들 자신은 기록으로 자신의 일상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웃나라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이주노동의 역사는 30년이 지나고 있다. 국가는 필요하지만 필요하지않은 존재처럼 사람을 취급했다, 그러다가 공식적으로 1994년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했다. 2004년에는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니 코리안 드림을 좇아 들어오는 인원이 대폭 늘었다. 최근에는 농업계절노동자제도가 도입되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빈번한 이주노동 현실에 대해 연구자들이 종종 목소리 없는 사람들에 관한 기록화를 시도하지만, 지속적 관계가 단절되는 현상에 머물고 있다. 연구는 있지만 서발턴의 기록이 빈약하고 몇 안 되는 이유이다. 사회운동이 서발턴 재현에 기록이 기여하지 못한다면, 주변부 사회 재현에도 사회운동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정의적 측면에서. 당대를 기록하고 시대를 재현하는 기록은 온전한 개인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록의 공백을 메꾸는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대안기록, 기록화 방안의 실천적 운동이 필요하다. 기록저장소는 미시적 생활사 기록이 축적되는 저장소이고, 국제협력과 연대의 입장에서는 국가를 뛰어 넘은 민과 민의 연대, 대륙간 연대에 대한 사회적 기억화가 진행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운동사적 필요성
기록생산, 수집, 축적, 관리 과정은  개인과 공동체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역사가 담긴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에 의해 규정당하지 않도록 능동적인 아카이브를 준비한다. 그러려면 참여적 기반과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참여라는 방법 자체만으로 대안적인 아카이빙 전략이 완성될 수 없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기 때문에, 일터와 현장을 기반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기억과 기록을 수집하고, 선택하고, 분류 선별한다.  그 결과, 통합적인 이야기가 사회기록으로 남도록 활동가, 연구자, 지역사회 관계자 등이 통합적(유기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상정한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대중의 자발성에 기초한 아카이빙이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어 지속적인 아카이빙 유지를 위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이 축적되는 시간이 형성되면 

향후 아카이브는 기록의 이용도를 높이고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 확보된다면, 민주주의와 경제체제의 기반인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교육자료 활용도 가능하다. 즉 일상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개인, 공동체, 지역사회, 더 나아가 한 사회의 진보에 더 다가서는 기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